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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예산 늘릴수록 출산율 추락… 현금성 정책은 한계 다했다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1 17:30

수정 2021.01.11 18:19

큰 차이 없는 1~4차 대책
양육비·교육비 부담 줄일
정책사업에 예산 쏟아부어
청년실업·치솟는 집값
과도한 사교육 경쟁 등
복합적 문제 풀어야
'아이 낳고 싶은' 나라로
정부는 2006년 처음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운 이후 인구정책에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국 인구감소를 막지 못했다. 심지어 합계출산율은 0명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애기 낳으면 수당 준다"…정책사업에서 못 벗어난 기본계획

1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정부가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225조3000억원에 달한다.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해마다 늘어 2020년엔 최고치인 40조2000억원에 달했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울 당시 제1차(2006~2010) 목표는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과 고령사회 대응기반 구축이었다.
제2차(2011~2015)의 경우 점진적 출산율 회복과 고령사회 대응체계 공고화를 목표로 했다. 제3차(2016~2020)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준의 출산율을 회복하고 고령사회로의 성공적 적응을 기대했다.

그러나 제1차부터 가장 최근의 제4차까지 세운 대책에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대부분 예산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경감과 관련된 '정책사업'이 주를 이뤘다.

제1차에서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곤란, 양육환경 미흡 등에 초점에 맞춰 대응했다. 영유아 보육비와 교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을 지원했다. 다자녀가정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분양 우선권을 주는 등 자녀양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제2차 기본계획 역시 일과 가정 양립 일상화, 결혼·출산·양육 부담 경감 등이 추진과제로 선정됐다. 육아휴직급여 정률제를 도입하는 등 육아를 위한 휴가·휴직제도를 개선하고, 유연근로제 도입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강화했다. 주거부담 경감을 위해 신혼부부 대상 주택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보육·교육비 지원도 전액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늘렸다.

제3차부터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였다. 지난 10년간 미시적인 접근을 통한 지원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구조적인 접근으로 청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그동안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던 임대주택 특별공급이나 전세·주택 구입자금 저리융자를 청년층으로 확대했다. 일과 가정 양립의 사각지대 해소와 맞춤형 돌봄 확대, 난임 등 기존 대책 보완도 함께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저출산 기조로 정책을 꾸리는 것이 아닌 단순 사업성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4차 기본계획 역시 워라밸(일과 양육)과 돌봄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월 30만원 영아수당과 출산축하금 등을 내세우면서 그동안의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시적 접근 안 돼…기본계획 체제 끝났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미시적인 접근의 정책사업, 나아가 기본계획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규모를 변화하는 정책은 오히려 인구정책이 아니라 부동산·청년 정책 등 모든 정책을 짜는 기조에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한국 인구정책 변천과 시대적 함의'에서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미시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자녀 양육에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회체계,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 증가, 양성 불평등적인 노동시장 구조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저출산기본계획 체제는 이미 끝났다"며 "체제 자체에 대한 고민 없이 저출산계획에 부동산정책을 넣는다고 해서 잡힐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정책기조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업으로 풀려고 하다보니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며 "기조는 어떻게 풀고, 사회는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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