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요양병원에서의 삶과 죽음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1 18:00

수정 2021.01.11 18:00

[기자수첩] 요양병원에서의 삶과 죽음
요양병원 내 입원 환자들이 집단감염으로 사망이 급증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것은 확진판정을 받은 노인환자를 옮겨 치료할 수 있는 중증환자용 병상 부족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양병원 사망자 발생은 치료병상 부족 등 방역 문제로 국한해서만 볼 사안은 아니다. 장차 다가올 초고령사회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다

지난해 12월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환자 212명, 의료진 및 직원 131명 등 343명이 한꺼번에 코호트 격리 조치됐지만 환자 중 16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발생한 노인 사망자는 30명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사망자 30명 중 25명이 입원해 있던 요양병원이 아닌 울산대병원에서 나온 사실이다.
울산대병원은 음압병상을 갖춘 울산지역 유일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방역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A씨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90세를 갓 넘긴 A씨의 모친은 치매가 악화돼 수년 전부터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함께 늙어가는 A씨 내외가 더 이상 병간호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비싼 병원비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 입원을 결정했다. 이후에도 A씨 내외는 수시로 병원을 찾는 등 지극정성으로 모친을 보살폈다. 그런데 얼마 전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모친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음압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모친은 얼마 뒤 기저질환이 악화돼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산소마스크 사용 등을 통한 연명치료만 가능할 뿐 그렇지 않으면 세상과 이별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이야기였다.
이 문제는 코로나19 치료병상 부족과 거리가 멀다. 현 시대 요양병원 내에서 삶과 죽음은 코로나19 방역의 문제를 떠나 이처럼 인간 삶의 단면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의 미래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요양병원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할 게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모두 숙고를 통해 초고령사회의 대안을 찾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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