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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 칼럼] 장기투자는 인덱스펀드가 낫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2 18:00

수정 2021.01.12 17:59

[한미재무학회 칼럼] 장기투자는 인덱스펀드가 낫다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을 생각 말고 건초더미를 전부 사버려라." 2019년 타계한 미국 최대 펀드회사인 뱅가드그룹의 창업자 잭 보글이 한 말이다. 미국 속담인 건초더미 속의 바늘은 우리 표현으로 하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다. 신년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보글 회장이 살아 있다면 한국의 젊은 동학개미들에게 해줄 충고일 듯싶다.

주식시장에서 바늘은 수익률이 극히 높은 '대박' 주식을 말한다. 국내에선 30년 전 삼성전자, 미국에선 20년 전 아마존 주식으로 볼 수 있다. 1990년 이후 삼성전자는 500배가량 올랐고, 아마존은 상장 이후 1000배 넘게 올랐다.
반면 건초더미는 모든 주식이 다 포함된 인덱스펀드, 즉 한국으로 치면 코스피지수 펀드를 의미한다. 지난 30여년간 코스피지수는 배당을 포함해도 6배 남짓, 미국 인덱스도 7배 정도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덱스펀드 투자가 개별종목 투자보다 나은가. 대박 주식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대 베셈빈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약 60% 주식들의 장기수익률이 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대부분의 주식을 사는 것보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대박 주식은 전체 주식시장의 1%도 되지 않는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간 종목이 상장폐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물을 것이다. 대표우량주 위주로 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는 '생존자의 함정'에 빠진 잘못된 생각이다. 1990년대 한국의 대표 우량주는 건설·은행주였다. 당시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던 한일은행, 제일은행, 대우, 대우중공업 등은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졌다. 향후 어떤 주식이 차세대 삼성전자가 되어 100배 혹은 1000배 수익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별종목 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덱스펀드는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위험도 없다. 코스피200 펀드에는 시총 상위 200개 회사가 전부 들어 있다. 한 기업에 악재가 있어도 다른 기업에 호재가 생길 수 있기에 '대수의 법칙'에 따라 리스크는 사라진다. 기관이나 내부자들에 비해 절대적 정보 열세에 몰리는 개인에게 인덱스펀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또 인덱스펀드는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되기에 리스크 감소 효과는 덤이다.

단 인덱스 투자로 대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500배 수익률은 인덱스펀드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식으로 투자를 할 것인가, 로또를 할 것인가. 개인투자자들에게 개별종목은 로또나 다름없다. 지극히 낮은 확률로 대박이 나지만 대부분 꽝이기 때문이다.

인덱스 투자에도 조심할 점이 있다. 레버리지ETF 혹은 소위 '곱버스'라고 하는 인버스ETF 등은 변동성이 높은 시기엔 피해야 한다. 레버리지ETF에는 변동성에 따른 감쇄 효과가 있어 수익률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주식투자 전에 먼저 기업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현실성이 없다.
생계에 바쁜데 어찌 주식까지 공부할 시간이 있는가. 공부하는 전문가들도 개별종목 투자는 실패하곤 한다. 일확천금을 노린다면 개별종목을 해도 무방하다.
단 절대다수 주식들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 대신 로또가 아닌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인덱스펀드에 장기투자하는 게 최선이다.

최재원 美 일리노이대·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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