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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거→결혼·출산' 선순환 구조로 인구정책 새 틀 짜야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3 17:46

수정 2021.01.13 18:15

<3> '5000만 대한민국' 제언
청년실업·수도권 과밀·집값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결해야
고령화 정책 체계 전면 개편해
정책결정권 갖춘 부처 신설 필요
'고용·주거→결혼·출산' 선순환 구조로 인구정책 새 틀 짜야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초저출산 고령화, 우리가 직면한 인구재난은 원인이 복합적이다. 몇 개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인구재난 유발 원인은 우리 사회에 종횡으로 얽혀있다. 높은 청년실업, 수도권 과밀, 치솟은 집값, 과도한 사교육 경쟁, 아이 맡기기 어려운 보육 환경, 낮은 성평등 인식 등 다양하다. 지난 20여년 우리는 인구가 변화하지 않는 상수로 판단하는 오류에 빠졌다. 우리가 직면한 인구재난을 더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고용·주거-결혼·출산 선순환
13일 인구재난을 보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종합하면, 결혼.출산과 관계된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고용.주거-결혼.출산이 선순환하는 구조로 정책의 새 틀을 짜야한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단기적 현금 지원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구 정책을 집행하는 좀 더 강력한 정부기구를 구성하고, 연금 개혁과 같은 갈등 이슈를 서둘러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해법에 앞서 최악의 초저출산을 초래한 몇가지 원인은 명확하다. 청년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이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서도 지난해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이 26.0%로 역대 최고다. 청년 고용률도 41.3%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한 현실에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란'도 결혼.출산을 가로막았다. 출산율을 1년 선행하는 지표인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건수)은 지난해 3.4분기 3.7건으로 10년 전(7.0건)과 비교하면 반토막났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으나 집값 급등에 따른 청년들의 박탈감은 훨씬 크다. 우리의 저출산을 파이낸셜타임스는 "가혹한 주택.교육 환경에 대한 부모들 반란",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는 "치솟은 집값 때문"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이를 대변한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문제는 저출산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거주유형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니,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은 자가 거주보다 전세, 월세 거주때 최대 19%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는 서울.수도권에 과밀화된 인구 구조와도 밀접하다. 이 분야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정말로 초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거시적으로 설계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려면 인구정책이 지역과 당파, 정치색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구문제 풀어갈 거버넌스 새로 짜야
저출산과 동시에 직면한 초고령화도 해법 찾기가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화의 현실을 수용하고, 노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과정에서 세대간 일자리 경쟁, 기업들의 고용 부담 가중 등 갈등요인을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법정 정년(만 60세) 연장을 비롯해 기초연금, 경로우대 등 사회복지제도와 직접 연관된 노인기준 연령 연장(만 65세→만 70세)을 위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고령화에 따른 연금제도 개혁부터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수급 연령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또 계속고용제도, 고령층 고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정년 연장이 가져올 경제 효과는 단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이 고령화정책 보고서(2017년)에서 "정년연장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으나, 그 기간 외국인력 활용, 여성노동력 확대 등의 정책을 수반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이 그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정년 5년 연장을 가정하면 향후 10년 내에는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데, 그 성장률 제고 효과는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구재난이 현실화된만큼, 좀 더 시급성을 갖고 저출산 고령화를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 있으나 인구 정책은 사실상 실패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책 결정, 예산집행권이 없어 실효적인 정책 집행에 한계를 확인했다.

최창용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 고령화 정책 체계를 전면 개편해 정책결정권과 예산.조직 집행권을 갖춘 기획단, 이어 관련 정책을 통합 추진할 수 있는 전담 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구정책은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이 전제돼야 한다.

이재랑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전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인구문제는 정책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 정책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작동해 일관성 있게 집행될 때 서서히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 위에 핵심적인 최우선 정책 아젠더라는 정책 집행자의 확고한 의지가 결합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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