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진단서 2만원이고, 일주일 걸려요" 보험금 청구 짜증 200%[쏘핫뱅킹]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4 10:55

수정 2021.01.14 10:55



[파이낸셜뉴스] # "보험금 청구하신다고요? 진단서 발급에는 2만원이 들고요, 원장님께서 직접 써주시는 거라 일주일 정도 걸리겠네요." 밀렸던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려던 A씨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치과에 진단서 발급을 문의하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고민하던 A씨는 보험금 청구에 드는 시간·비용이 더 아깝고 귀찮다는 생각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국면, 금융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는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고객이 진단서 등 '종이서류'를 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비효율적 절차가 계속되면서 38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기자(29세·여)가 지난 12~13일 이틀에 걸쳐 보험금을 청구해본 결과 '종이서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선 내원했던 병원에 다시 찾아가 진단서와 진료비 세부내역서, 진료비 영수증 등을 요청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생각 이상이었다.
진단서 발급에 드는 비용은 보통 2만원. 직접 의사를 면담해 발급 목적도 설명해야 했다. 한 병원은 진단서 발급에 시간이 걸린다며 "사전에 전화를 통해 진단서 발급 목적, 필요한 서류를 말해달라"고도 했다. 이렇게 종이서류 '준비물'이 다 갖춰지면 보험사 모바일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었다.

보험사에 접수하는 시간은 약 10분에 불과했다. 보험금 지급도 빨랐다. 오전 8시 10분께 보험금 청구를 마치자 오전 10시 "서류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왔고, 11시 25분에 보험금이 지급됐다. 통원 고객들과 젊은 층은 "그나마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라는 반응이다. 이에 병원에 내원한 당일 서류를 준비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진단서 세부내역서와 영수증 등 최소 3~4장, 많게는 수십 장에 달하는 서류를 일일이 다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서류가 10장 이내면 한 번에 업로드가 가능하지만, 10장 이상이면 이메일·팩스·우편이나 지점 방문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바일 앱 도입으로 청구가 다소 편리해졌지만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서류가 고객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고질적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2018년 기준 손해보험 7293만건 청구건수 중 0.002%(1000여건)만 병원과 보험사 간 의료기록 송부로 처리됐다.

일부 대학병원이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그친다.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금 청구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보험설계사(FC)가 대학병원 등에 상주해, 필요한 서류를 챙겨주고 보험금을 청구토록 도와주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에 고객 편의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화 가능성이 높았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상임위 논의 후 통과되지는 못했다.
의료계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 의료기관의 서류 전송 의무에 따른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청구 간소화시 진료 내역 특히 비급여 항목이 공개되고,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1·2월 상임위에서 의료계와 보험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입법 추진을 위한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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