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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같은 20조 남겼는데..MB정부 7조 갚고 文정부 2조 상환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7 08:00

수정 2021.01.17 08:00

같은 돈 남기고 빚 갚기 다른 행보
文정부, 20.7조 남겨도 2.1조만 갚아
MB정부, 20.1조 남겨 7.8조 상환
盧정부도 남은 예산 19.2조 중 5.4조 빚 갚아 
文정부, 2018년 10.6조 남아도 654억만 상환
2019년엔 619억만 남겨 상환 '0'
기재부 "채무상환할 재원 자체가 없다"
집권여당도 기재부 질타 "이제 와서 재정고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1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네 번째이며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다.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1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네 번째이며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쓰고 남은 예산(세계잉여금) 20조원 중 2조원 정도만이 채무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잉여금의 10% 정도만 채무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과거 같은 수준의 돈을 남겼던 이명박 정부는 8조원에 가까운 돈을 상환했고 노무현 정부 또한 5조원 이상을 상환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까지 집계된 수치인 만큼, 세수 감소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으로 빡빡해진 재정여건을 감안한다면 향후 세계잉여금이 채무상환에 적극 활용되기는 버거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집권여당에서 이같은 문제를 인식,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정부의 채무상환이 소홀하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되는 盧·MB 정부 vs. 文 정부 빚 갚기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2017~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의 세계잉여금은 20조7616억원으로 채무상환에 2조1390억원, 추경 재원에 2조552억원이 투입했다. 나머지 16조원 이상은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에 사용됐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이전 자료임에도, 문재인 정부에서의 채무상환 규모가 상대적으로 다른 정권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규모였던 2008~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의 세계잉여금은 20조1182억원이었지만, 채무상환에 7조8072억원이 사용됐다.

이명박 정부는 추경 재원으로 2조4236억원을 활용했고, 지방교부금으로 4조8100억원을 쓴 뒤, 나머지 5조원은 다음연도 세입으로 넘겼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커진 만큼 남은 세수로 부채 갚기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2003~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19조2513억원 규모의 세계잉여금 가운데 5조4458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추경재원에는 이보다 많은 6조7222억원을 투입했다.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에선 2013~2016년 기간에 8조7973억원의 세계잉여금 중 2조544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추경재원으로는 2조4045억원을 활용했다.

주요 정권별 세계잉여금 채무상환 추이
세계잉여금 채무상환(비율)
문재인 정부 20조7616억원 2조1390억원(10.3%)
박근혜 정부 8조7973억원 2조5440억원(28.92%)
이명박 정부 20조1182억원 7조8072억원(38.81%)
노무현 정부 19조2513억원 5조4458억원(28.29%)

■MB·朴, 매년 채무상환 vs. 文정부는 건너뛰기

문재인 정부의 채무 상환 내역을 연도별로 보면, 2018년에 10조6575억원을 남겼으나 상환에는 654억원만 사용했다. 세계잉여금의 대부분인 10조5292억원이 지방교부세로 넘어갔고, 나머지 629억원이 추경재원으로 쓰였다.

특히 2019년에는 세계잉여금이 619억원에 불과해 빚을 갚는 과정에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매년 세계잉여금의 일부를 채무상환에 사용했던 이전 정부(노무현 정부 제외)의 행보와도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선 세계잉여금의 10.3%만이 채무상환에 활용돼 노무현 정권 이후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는 2조5277억원의 세계잉여금 중 절반 이상인 1조2891억원을 상환에 투입하는 등 28.92%의 상환율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선 매년 꾸준히 30% 이상을 상환해 전체 상환율이 38.81%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4조5763억원의 세계잉여금 중 47.72%인 2조1836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노무현 정부에서의 상환율도 28.29%로 집계돼 세계잉여금의 30% 수준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與 질타 "남은 돈으로 빚 안갚고 이제와서 재정 고민"

앞서 기재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기준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을 마련하자, 여당은 확장재정이 필요한 시기에 굳이 마련해야 하냐며 발끈한 바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만 해도 47.3%로 예측됐다. 이같은 추이가 지속되면 2024년에 60%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재원을 놓고 재정건정성 논쟁을 지속해오면서, 채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다.

최근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기재부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 자리에서 "세계잉여금으로 채무를 갚지 않고는 이제 와서 재정건정성 고민을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준칙으로 재정건전성 강화를 외치는 기재부에 여당 의원들은 재정운용의 폭이 줄어들 것을 지적하며 현 시점에 오히려 정부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문재인 정부 들어 세계잉여금으로 채무상환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기재부 측은 "채무상환하는 재원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세입이 전반적으로 많이 안 들어와 세계잉여금이 적게 발생했고,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정산에 다 썼다"며 "인위적으로 국가채무 상환을 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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