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 많고, 급여 적고, 권한조차 없어… 도쿄대생들도 등 돌린 공무원 시험 [글로벌 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7 16:42

수정 2021.01.17 17:59

응시자 수 2년전 이미 역대 최소
1년간 개인사정 이유로 87명 퇴직
높은 인기 누리던 경제산업성조차
한 해 23명이 민간기업 등으로 옮겨
도쿄 관가 밀집지역인 가스미가세키 지역 출근길. 일본 공무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가스미가세키역을 등지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AP뉴시스
도쿄 관가 밀집지역인 가스미가세키 지역 출근길. 일본 공무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가스미가세키역을 등지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국의 세종시, 과천시에 비견되는 도쿄 중심부 지요다구 소재 가스미가세키 지구는 일본의 관가 밀집지역이다. '관가의 꽃'이라는 재무성,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외무성, 법무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 대부분 일본의 부처들이 밀집해 있다. 과거 이곳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일본에서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가스미가세키를 일본의 젊은 관료들이 떠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도쿄대생들 역시 공직사회 진출에 영 시들한 모습이다. 이미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 수는 2년 전인 2019년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공직에 대한 매력이 급속도로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은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의 부처 밀집지역인 가스미가세키에서 근무하는 종합직 국가공무원 중 지난 2019년(2019년 4월∼2020년 3월)에 개인사정으로 사직한 20대가 87명이나 됐다고 밝혔다.

2013년도에는 이런 사례가 21명이었는데 6년 만에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경제산업성에서는 2019년 한 해에만 무려 23명의 커리어 공무원(고시 출신)이 민간기업 등으로 옮겨갔다. 23명은 경제산업성 연간 신규 채용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행정고시(공무원 5급 시험)인 종합직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 수도 매년 줄고 있다.

2019년도에 일본의 종합직 공무원시험 응시자는 1만7295명에 그쳤다. 3년 연속으로 감소하더니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진 것이다. 가장 최근 정점이었던 지난 1996년(4만5254명)의 절반 수준으로으로 급감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출신 합격자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었다.

일은 많고, 상대적으로 급여는 적고,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줄고, 인재들에게 더 이상 공직이 최고의 직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아베 정권 당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의혹을 감추기 위해 재무성이 공문서를 변조해 파문을 일으키는 등 공무원으로서 명예와 긍지를 실추시키는 사건 역시 젊은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이유로 꼽힌다.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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