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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포' 을지OB베어 사장의 절규.."건물주가 관용 베풀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8 07:00

수정 2021.01.18 10:49

'40년 노포' 을지OB베어 사장의 절규.."건물주가 관용 베풀길"

'40년 노포' 을지OB베어 사장의 절규.."건물주가 관용 베풀길"
[파이낸셜뉴스] 만선호프거리로 알려진 을지로3가에서 40년 넘게 영업을 이어온 을지OB베어가 퇴거 위기다. 을지OB베어가 세 들어 있는 건물을 매입하는 측에서 '세입자 퇴거'를조건으로 걸면서다. 건물 거래 시 세입자를 비워달라는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 대상이 40년 넘는 노포(老鋪)라는 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희생양 된 40년 노포
17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을지OB베어의 강호신·최수영 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서울시 미래유산에 선정됐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면서 "거대 자본이 밀고 들어오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수년에 걸쳐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강 사장은 을지OB베어 강효근 창업주의 딸, 최 사장은 사위다.

을지OB베어는 을지로3가역 3번 출구에서 불과 도보 1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1980년 12월 자리 잡고 40년간 장사한 그 자리다. 평수도 당초 20㎡(6평)에서 안 넓혔다. 노가리 100원, 맥주는 480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각각 1000원, 3500원이다. 물가상승률은 물론 인근 가게와 비교해도 낮은 금액이다. 창업주의 철칙에 따른 영업 방침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일대 골목은 '을지로 노가리 거리'로 유명세를 탔다. 정부도 도왔다. 중구청은 조례를 바꿔 도로에 가판 설치를 허용했고 중기부는 을지OB베어를 호프집 중 유일하게 '백년가게'로 지정했다. 2015년 서울시는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게를 향한 관심은 독이 됐다. 2018년 9월 건물주가 돌연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을지OB베어와 노가리 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순옥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명도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는 임차인의 법적 열위를 이용해 거대 규모 가게와 건물주가 뒷거래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한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민간 소유권 이전 문제로 정부 대응 제약
을지OB베어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당사자 때문에 현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을지OB베어의 제안을 꾸준히 무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간 소유권 이전 문제 앞에서는 지자체나 정부도 운신의 폭이 제약된다. 2019년 10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직접 OB베어를 방문해 해결을 약속했지만 무산됐다. 중기부는 OB베어가 점포를 이전해도 '백년가게' 지정 효력이 유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백년가게 사업이 사실상 간판 달아주는 것에 그치면서 해당 가게에 오히려 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OB베어 최 사장은 "법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안다.
이제 바라는 건 단 하나"라며 "노가리 거리라는 당초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건물주가 관용을 베풀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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