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원순 피해자 "남인순, 잘못 인정하고 사퇴하라"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8 13:15

수정 2021.01.18 16:42

박원순 피해자·가족들 입장문 발표
남인순 등 3인에 피소사실 유출 책임 촉구
가족들 "끊임없이 지속되는 2차 가해로 삶 피폐해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 지난해 5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대책TF 2차회의 전문가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 지난해 5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대책TF 2차회의 전문가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남인순 의원님, '그날의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합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가 박 전 시장 피소 정황을 알린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피소사실 유출로 사과와 용서의 기회 박탈당해"
A씨는 18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남 의원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며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니다. 여성과 인권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이고, 당신은 지난해 7월 그 가치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제 명예를 훼손시켰고, 2차 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을 은폐했던 잘못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검찰 수사 결과 남 의원은 지난해 7월 A씨가 변호인과 함께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 준비를 하던 정황을 김영순 상임대표로부터 전해 듣고, 이를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달한 드러났다.

A씨는 "남인순 의원, 김영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에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 분의 잘못된 행동의 피해자는 저뿐만이 아니라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었고, 의지할 곳 없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저와 같이 연약한 피해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하다"며 "남 의원은 피소사실과 피소 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려는 것 같은데, 피소사실보다 피소 예정사실의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기회를 세 분(남 의원, 김 대표, 임 전 특보)이 박탈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대표성을 지닌 세 분이 함구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은 바다를 이룰 지경"
이날 A씨의 가족들이 쓴 편지도 공개됐다. 가족들은 사건 이후 A씨와 가족들이 사건 이후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동생은 "누나는 불안감과 공포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심리상태"라며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6개월 전보다 상황은 점점 극단으로 치달았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피해 사실 부정 및 은폐를 위한 일련의 과정, 그리고 2차가해로 인해 누나는 삶의 의욕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동생은 "어머니는 누나가 힘들어서 울면 같이 울고, 욕하면 같이 욕하면서 자신의 삶을 태워 누나의 삶을 겨우겨우 밝혀가고 있다"며 "삶의 어떤 고난도 꿋꿋하게 이겨내신 아버지는 누나에 대한 걱정으로 점점 여위어 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뜻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누나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말을 할 때마다 누나와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은 바다를 이룰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A씨의 어머니는 "피해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한다"며 "책임지고 피해자를 지켜주어야 할 당사자들과 서울시 고위직들은 여전히 사실을 은폐하고, 있던 사실을 지워버리려 서울시 소유의 가해자 핸드폰을 가족들에게 이관했다는 사실까지 전해들었을 때 느꼈던 비통하고 참혹한 감정을 어떠한 말로도 토해 낼 수가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A씨 어머니는 피해자인 딸을 달래 놓아도 2차 가해로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딸에게) 죽으면 또 악성 지지자들이 '그것 보라고 지가 잘못했으니 죽은 거'라고 할 것이고 그럴수록 더 씩씩하게 살자고 겨우 달래 놓는다"며 "달래 놓으면 이낙연 대표가 사과같지 않은 사과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윤준병 의원이 사필귀정이라는 둥 뭐라하고, 또 달래 놓으면 진혜원 검사가 꽃뱀이 어쩌고 뭐라 하고, 김주명, 오성규, 민경국, 김민웅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또 한마디씩 황당한 소리를 하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 되며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