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중남미 이민자 행렬, 바이든 시대 맞아 미국행 대이동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8 16:05

수정 2021.01.18 16:05

과테말라 바도 혼도에서 17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군인들이 온두라스 이민자를 연행하고 있다.AP뉴시스
과테말라 바도 혼도에서 17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군인들이 온두라스 이민자를 연행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이후 주춤해졌던 미국행 중남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급속도로 불어났다. 미국의 새 정부가 불법이민자들에게 관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약 3000명의 캐러밴이 이날 과테말라 국경 지대인 바도 혼도에서 하루 이상 군경과 대치 중이라고 전했다. 대치 지점은 과테말라 서남부 도시 치키물라의 입구로 더 올라가면 수도인 과테말라시티까지 이어진다.


과테말라 군경은 캐러밴의 이동을 막기 위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가스와 곤봉을 동원한 진압에 나섰다. 전날 오전에는 바리케이드를 넘어서려는 이민자들 100여 명과 군경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온두라스 출신인 이민자들은 계속 북상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과테말라 당국은 "지난 11월부터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과 허리케인의 피해로 중남미의 경제적 타격이 심각해졌다"며 "이를 피해 미국으로 가겠다는 온두라스 이민자들 7000~8000명이 과테말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캐러밴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남미 주민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주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출신인 이민자들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까지 걸어갔고 2018년에 규모가 조직적으로 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허술한 이민법이 캐러밴을 부추겼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들에게 관세 부과 및 원조 중단을 경고하며 캐러밴을 막으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2018년 이후 대부분의 캐러밴 행렬은 미 국경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흩어졌다.

그러나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정부의 공약 대부분을 뒤집겠다고 선언했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의 보호 범위를 늘리고, 연간 수용 가능한 난민 수를 현재 1만5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AP통신은 16일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출범 10일 안에 행정명령을 쏟아내면서 이민 규정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이 앞으로 수백만명의 불법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제공을 위한 8년짜리 이민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실제로 캐러밴을 포용할 지는 미지수다. 익명의 관계자는 18일 NBC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이미 미국에 살고있는 불법체류자 문제라며 추가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무작정 몰려와 난민 신청을 하려는 캐러밴을 두고 “그들은 미국에 즉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으로 지명된 수전 라이스는 지난달 스페인어 통신사인 에페통신과 인터뷰에서 “국경에서 난민 수용 과정은 그저 불을 껐다 켜는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한편 캐러밴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면서 코로나19 감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과테말라 당국은 증세를 호소하는 이민자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 결과 남성 12명과 여성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과테말라는 외국인 입국자를 상대로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으나 캐러밴 가운데 증명서를 가져온 이들은 1명도 없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