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말로만 종주국, 종주국"…'中 김치공정' 자초한 한국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8 17:12

수정 2021.01.19 08:43

中유엔대사는 노골적 김치 담그기
유튜버들은 "김치는 中음식" 왜곡
국내 소비량 30% 이상 수입 의존
"실태조사·감독 제때 안한 정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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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김치 종주국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유명 유튜버들이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소개한 데 이어 중국 정부기관 등도 논란에 가세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2002년 동북공정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역사 및 문화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김치 종주국 논란이 일어난 배경에는 한국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치 종주국은 우리' 글로벌 청원

18일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중국의 문화침탈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게시자는 "김치는 한국에서 기원한 전통음식"이라며 "중국의 문화패권주의를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엔 이날 기준 8000여명의 동의가 몰렸다.

청원인은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계정에 올린 글과 바이두 백과사전 내용을 언급하며 이들이 왜곡된 정보를 시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이 글에서 "중국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제표준으로 정했고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중국이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 됐다"고 전했고, 바이두는 김치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는 백과사전에서 "김치는 중국의 유구한 문화유산이며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치에 대한 중국의 집요한 왜곡은 중국이 파오차이 식품규격 인증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지난해 이후 부쩍 늘었다. 구독자가 1400만명이나 되는 중국인 유튜버가 배추를 재배해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찍어 올리며 중국음식이란 해시태그를 달았고, 장쥔 유엔(UN) 주재 중국 대사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올렸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조직적인 움직임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 충분하다.

■말로만 종주국, 불량김치 수입 계속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종주국은 우리'라고 분개하지만 그에 비례한 애정과 관심은 충분히 쏟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중국산 김치에 크게 의존한다. 수입김치는 대부분 급식업체와 식당에서 사용하는데, 수입량이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며 2019년에는 30만t을 넘겼다. 이중 99% 가량이 중국산이다. 국내 전체 김치 소비량으로 봐도 30%를 훌쩍 넘고, 신선배추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 배추 생산량의 30% 가까이를 중국 김치로 수입해 먹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전남 해남의 한 배추생산자는 "해썹(식품안전 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도 안 받고 위생도 엉망인 중국산 김치가 저가로 들어오는데 가격을 맞출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이탈리아 같은 농업강국은 파르마산 치즈랑 발사믹 식초 같은 산업을 철저히 지키고 지원하는데 우리는 알아서 하란 거냐"고 비판했다.

한국은 지난 수년 간 오직 가격만을 기준으로 중국산 저품질 김치를 마구잡이로 수입했다. 지난 2019년 현지 실태조사를 나가 작성한 보고서에선 원재료 품질과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은 업체는 물론, 쥐똥과 쥐굴이 확인되는 등 불결한 시설에서 김치를 만든 업체까지 확인됐다. 매년 이 같은 업소 수십 곳이 적발됐고 일부는 현지 실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수년 간 수만t의 김치를 수출해온 이들 업소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수입금지 조치를 했을 뿐이다.

식약처는 2019년에야 전수조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역시 안일했다. 2005년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위생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불구, 지난해에야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입김치에 대해 해썹 인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행정예고가 끝나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어느 나라도 해썹 기준으로 수입을 금지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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