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WHO조사에 맞춰 미국 등 중국밖 기원설 강조하는 中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9 10:05

수정 2021.01.19 10:05

- "미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브라질 등 최초 보고 이전에 항체 존재"
- 중국 내 2019년 10월부터 '유행병' 속출 언급은 없어
2020년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임시 병원. 사진=뉴시스
2020년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임시 병원.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중에 맞춰 코로나19의 중국 밖 기원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후베이성 우한이 최초 발원지가 아니라는 것을 피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을 찾은 WHO는 중국 당국의 조사 비협조를 사실상 질타했다.

■미국·프랑스·이탈리아 등 기원설
1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심화되고 전염병 확산의 타임라인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말 반월간 ‘임상전염질환’ 보고서를 통해 2019년 12월 일부 미국인의 혈액 샘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흔적, 즉 항체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항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공식 보고된 2020년 1월21일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찍 나타난 것이라고 인민일보는 주장했다.


프랑스 파리 공립병원 산하 2개 병원 중환자실장 이브 코헨 박사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4명의 폐렴 환자로부터 샘플을 채취한 결과 2019년 12월27일 병원에 입원한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2020년 1월24일 처음 코로나19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프랑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인민일보는 연구진을 인용해 설명했다.

브라질에서도 2019년 12월 수집된 혈청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글로불린(IgG)항체가 나왔다. 브라질의 첫 공식 감염 사례는 2020년 2월26일이다. 인민일보는 IgG항체가 일반적으로 감염 기간 후 검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2019년 11월 미국인 여성 환자의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발견했으며 또 다른 연구팀은 2019년 9월부터 수집된 샘플 가운데 일부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 또한 2019년 3월 12일 수집된 폐수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았다. 인민일보는 “이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당시 바르셀로나에 존재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中 사전 인지 의혹은 언급 없어
다만 인민일보는 중국 정부가 2019년 12월을 거슬러 올라가 11월에 이미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 CNN은 12월초부터 후베이성 여러 곳에서 코로나19가 퍼져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117쪽짜리 내부 기밀문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었다.

중국 후베이성이 작성한 문서는 2019년 10월부터 2020 4월까지 내용이 담겼다. 후베이성은 당시 ‘유행병’으로만 표기했는데 그 수치가 보통 때의 20배에 달했다. 우한뿐 아니라 이웃 도시인 이창과 셴닝에서도 환자들이 속출했다. 문서는 익명을 요구한 내부 고발자가 CNN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가 이처럼 외국 기원설을 강조하는 것은 WHO 조사팀 방중과 중국 발원설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점 △상황이 급속히 전개된 후에야 공개한 점 △사람간 전염 가능성을 비롯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기원설을 밝히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WHO 조사팀도 18일(현지시간) 두 번째 보고서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더 빨리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WHO 조사팀 중 미국, 호주 대표는 같은 날 열린 WHO 이사회에서 “우한에서 간병인, 이전 감염 환자, 실험실 종사자 등을 인터뷰할 수 있어야 하며 발병과 관련한 모든 의학 자료와 샘플에 접근 가능하도록 중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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