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그래핀에 가둔 바이러스를 수족관 속 고기처럼 관찰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9 13:17

수정 2021.01.19 13:17

KAIST, 그리핀으로 가둔 액체 속 물질을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개발
바이러스나 세균, 액상의 화학물질까지도 고해상도로 관찰 가능해져
연구진이 개발한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이용해 반도체 집적도는 물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나노물질 등을 매우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KAIST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이용해 반도체 집적도는 물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나노물질 등을 매우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액체 속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급속냉동이나 염색하지 않고도 움직임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이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내 물질들의 분자나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로 액체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이 더 쉬워졌다.
이 기술이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수천배 높은 배율에서 물질을 관찰할 수 있어 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집적화돼 있는 반도체의 품질관리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밝혀내는데 이용될 전망이다.

원자 단위 두께의 그래핀을 전자빔 투과막으로 이용해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고, 내부에 존재하는 액체 수로를 통해 액체의 공급과 교환이 가능하다. KAIST 제공
원자 단위 두께의 그래핀을 전자빔 투과막으로 이용해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고, 내부에 존재하는 액체 수로를 통해 액체의 공급과 교환이 가능하다. KAIST 제공
연구진은 이번 기술개발에 앞서 지난 2012년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연구진이 투과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두께가 원자 크기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높다. 또한 연구진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나노미터(㎚) 두께의 액상 수로를 가지는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약 4기압의 압력 차를 견딜 수 있으며,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막보다 100배 정도 얇은 그래핀은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결과 연구진은 박테리아나 생체 분자를 염색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했다.

금 나노 입자의 원자 단위 이미징과 기존 대비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며, 박테리아의 섬모와 분자단위 관찰이 가능하다. KAIST 제공
금 나노 입자의 원자 단위 이미징과 기존 대비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며, 박테리아의 섬모와 분자단위 관찰이 가능하다. KAIST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체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이용해 기존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들의 직접적인 관찰과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예를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삼성 미래기술 육성 센터의 지원을 받아 KAIST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의 내지 삽화와 함께 14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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