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서초포럼] 백신 여권과 국제경쟁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9 17:57

수정 2021.01.19 18:00

[서초포럼] 백신 여권과 국제경쟁력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의료계나 제약업계에는 문외한인 필자나 이 분야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원래 낯선 단어들이었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해외 제약회사들의 이름이다. 코로나19 백신 얘기다. 작년 12월부터 영국을 필두로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내에서 개발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종식을 논하기는 이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승인과 접종으로 팬데믹이 야기한 불안과 공포, 그에 따른 사회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백신 확보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발빠르게 백신을 확보한 국가들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국별 코로나19 발생의 차이와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새롭게 백신 확보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백신 관련 국내 논란은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백신 확보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국민 건강과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불안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이유를 추가하자면 백신이 가져올 경쟁력의 차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은 물론 국내에서도 보도된'백신 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입증하는 디지털 증명서로 사용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될수록 백신 여권을 요구하는 국가와 항공사, 특정 시설과 비즈니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백신 여권의 소지 여부가 경제활동에 있어 중요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한편 기존의 경제활동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 무역환경에서 백신여권의 소지 여부가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통방식이 새롭게 성장하고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중요한 비즈니스에서 직접적인 컨택트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컨택트 경제활동의 중심에 백신 여권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대응이 중요하다.

백신의 보급과 함께 세계경제는 'K자형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시장의 버블 형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 현상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빈부격차의 악화는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저축률이 높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장기적 경제성장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단기와 중장기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백신 보급과 접종 문제만 해도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우선적인 백신 접종이라는 정부의 기본 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백신 여권과 관련한 경쟁력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3월과 5월에 이미 우리나라는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와 APEC 특별화상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기업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기업인 신속통로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주요 교역국과 합의하여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향후 백신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가 늘어나면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 이동이 필수적인 인력을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게 어렵다면 신속통로제도의 확대와 코로나 음성 확인서의 대체 등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효율성과 공평성을 균형 있게 배합하는 정책 추진에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