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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팩트체크]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재개발 막았다?

[파이낸셜뉴스]
[fn팩트체크]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재개발 막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사진=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년간 서울시에서 재개발 사업을 인위적으로 막아 25만 호 주택 공급이 무산됐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진단 및 수권정당 국민의힘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열고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故 박원순 前 시장이 재건축, 재개발을 인위적으로 막아 400여 곳의 정비사업을 폐지"했으며 "결과적으로 25만 호가량 주택 공급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근거한 '25만 호 무산', 서울시는 해명했지만

문제가 된 '25만 호'라는 수치는 2019년 서울시의회 연구용역 보고서에 기초한 수치다. 서울시는 해당 수치가 기사화된 당시 해명자료를 냈지만 공급 예정 물량이 25만 호라는 점은 반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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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 정상 추진 시 공급되는 가구 수 산출량 / 출처=2019년 서울시의회 연구용역 보고서(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사업단계별 소요 기간을 평균해 해제 지역의 공급 물량을 산출했다. 정비사업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가정할 때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1만 5천여 가구,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 22만 3천여 가구를 새로 지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 공급량은 서울시의 ▲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현황 자료 ▲도시 정비형 재개발사업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을 기반으로 산출한 자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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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보고서가 기사화된 2019년 해당 내용에 대해 주택 공급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 출처=서울시 웹페이지

서울시는 2019년 12월 해명자료를 통해 '25만'이라는 수치가 모든 정비구역의 재개발 완료를 전제한 ‘가상의 추정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사업으로 주택 공급이 예상만큼 많이 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18년 한 해 동안 재개발로 추가 공급된 가구는 1천여 가구라는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해명자료 발표 뒤, 게시물 댓글 등에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지역의 가구와 신규 공급 아파트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2018년 서울연구원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사업이 해제된 지역의 건축물 36%는 30년 이상 지난 노후 주택이었다. 빈집도 집단으로 발생해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주택의 3.3%(9.5만 호)가 빈집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이러한 정비사업 해제 지역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127곳에서 추진 중이지만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지역도 222곳에 달했다.

재임 기간에 정비사업 393건 해제된 것 사실

김 위원장 발언에서 ‘박 前 시장 재임 동안 400곳가량 재개발 사업이 해제됐다’는 부분은 사실이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9년 동안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683곳을 재검토해 393곳의 사업이 중지됐다. 2002년 시작된 뉴타운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 내 1,300곳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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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 1월 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뉴타운 수습대책 기자설명회에서 뉴타운 및 재개발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범준기자 /사진=fnDB

박 前 시장은 당선 직후인 2012년 1월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진행하던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의도였다.

서울시는 초기 출구전략에 따라 주민 의견을 수렴해 토지 등 소유자의 30%가 요청할 때 개발 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기약 없이 사업이 미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몰제'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정책 발의를 위해 국회와 공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근거조항이 포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곧이어 2012년 2월 개정됐다.

또 서울시는 2016년 '직권 해제' 관련 조례(「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신설해 진행이 지지부진하거나 수익성이 심각히 떨어진 지역, 문화재 보호구역 등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처분 근거를 만들었다. 2018년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주민 의견조사에 따라 279곳이 정비구역 해제됐고 114곳은 시장 권한에 따라 직권 해제했다.

‘인위적으로 재개발 막았나’ 논쟁 이어져

김 위원장은 '인위적으로 재개발을 막았다'는 발언을 통해 박 前 시장에게 주택 공급 부족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당시의 경기 상황이나 재개발 사업의 경과를 볼 때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비사업 해제’가 뉴타운 사업의 부작용과 주민 요구에 따라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 반박했다.

뉴타운 사업 초기에는 높은 시세차익이 나타났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자 당시 뉴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2019년 서울시의회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수익성이 낮아진 일부 사업 주체들은 사업을 중단하고자 했다. 서울시는 토지 소유자의 30% 이상 또는 조합원의 50% 이상 동의할 때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했다. 이후 서울시는 노후주택 개조와 생활환경 개선을 원하는 구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했다.

정비사업 논의가 길어지면서 주민끼리 갈등도 생겨났다. 서울연구원 '뉴타운 재개발 해제지역 실태분석과 주거재생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주민은 분담금을 내지 못하거나 지지부진한 사업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정비구역 해제를 주장했다. 반대로 일부 주민은 이미 지불한 매몰 비용이나 주거환경을 개선을 근거로 재개발 사업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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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준호 의원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김 위원장 발언에 반박했다. / 출처=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뉴타운 사업이 마구잡이식으로 강행된 탓에 조합이나 건설회사의 부정과 비리가 나타났다”며 “용역업체를 동원한 강제철거가 나타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의 직권 해제나 일몰제의 기준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일몰제’의 경우 기한 연장을 위해서는 75%의 주민 동의가 필요한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라는 상이한 기준을 들어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 사직2구역과 성북구 성북3구역 등 정비구역을 직권해제 했지만 조합 측에서 소송을 제기해 무효 처리되기도 했다.

부동산 학계 전문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재개발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재개발은 원래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며 "장기적 구도에서 사업을 고민하지 않고 지나치게 해결하려 한 것이 지금의 부동산 공급 부족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