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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열패감, 자격지심 딛고 오늘의 내가 됐다"[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8 10:15

수정 2021.01.28 10:15

배우 조병규/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배우 조병규/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조병규/HB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사진=뉴스1
조병규/HB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2019)과 SBS연기대상 신인상 수상작 ‘스토브리그’(2019~2020)로 연속 안타를 친 배우 조병규(25)가 자신의 첫 주연작 ‘경이로운 소문’(2020-2021)으로 시원한 홈런을 날렸다. OCN 창립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작품에서 조병규는 주인공 소문 역을 맡아 진폭이 큰 감정 연기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조병규는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나중에 내가 힘들고 지치고 무너진 순간에 이 작품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행복한 촬영 과정을 만드는데 (나도)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병규는 올해 데뷔 6년차로 2015년부터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으나, 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한지는 10여년이 된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디션을 수없이 봤다고 밝힌 그는 “빨리 올라온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좌절, 실패, 열등감, 열패감, 자격지심 등을 겪었다”며 “부정적 감정을 원동력 삼아 이 악물고 뛰었다. 어렵고 치열하게 살았고, 그 힘들었던 과정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돌이켰다.

배우로서 조병규의 장점을 묻자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남들보다 연기를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을 꼽았다. “내가 남들보다 재능이 많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겸허하게 나를 낮추는 게 아니다. 주인공이 돼 작품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욕심은 났으나 단 한 번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내가 부족하니까) 남들보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조병규의) 장점인 된 것 같다”고 했다.

동명웹툰이 원작인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악귀 타파 히어로물. 조병규가 연기한 '소문'은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자신 역시 다리를 다친 고등학생으로, 우연히 카운터가 돼 동료들과 함께 악귀에 맞서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조병규는 촬영 한 달 전 다리를 저는 소문을 연기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평소 즐겨 걷던 강남 일대를 걷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할머니들이 내 모습을 보고 다리가 왜 저모양이야, 어쩌다 저렇게 됐냐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인간 조병규로서 충격을 받았다. 소문이가 매순간 받은 그런 시선이 비수처럼 꽂혔다, 그런 시선에 소문이는 언제부터 초연해졌을까, 서서히 소문과 일체가 됐다.”

소문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치열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라 연민의 감정도 들었다. 그는 “소문과 조병규의 성장 과정에서 공통점을 꼽는다면,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며 웃을 나이에 스스로를 몰아붙인 점”이라고 말했다.

“내가 16살 무렵 연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소문이도 17-18살이다. 둘 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행복할 시간인데, (나는) 연기를 선택한 후 패배자적인 감정에 빠져 자아 성장기를 보냈다. 가끔 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까지, 힘들게 나를 몰아붙였을까, 조금은 웃어도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이 든다. 소문이도 친구와 해맑게 웃을 나이에 카운터가 돼 무거운 짐을 쥔 채 사건에 휘말리는데, 그런 소문이 안타까웠다.”

축구선수로 활약하다 연기자로 방향을 선회한 그는 “다음 생엔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면 연기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가 연기자가 되기로 선택한 이상 끝까지 할 것”이라며 남다른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외골수적인 기질이 있고, 운동을 해서 나 역시 승부욕이 있다. 그 승부욕이 남들을 이기겠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연기로 칭찬받는 일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부담감을 갖고 준비해야,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병규는 연기와 예능을 자연스레 오가는 요즘 젊은 배우답게 예능 출연에도 호의적이다. 그는 “평소 성격은 차분한데, 예능에선 '노잼'으로 있는 게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나의 모습에 호불호가 있겠으나, 무게 잡는 것보다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거 같아서, 재밌는 말을 많이 하고 싶다. 실제 성격은 차분한 편이다”고 말했다.

조병규는 2018년 웹무비 ‘독고 리와인드’를 최은종 감독과 작업했다. 최감독과 다시 뭉친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가 2월 3일 개봉을 앞뒀다.

조병규는 “‘독고 리와인드’로 최감독과 연을 쌓고 친해졌다”며 “드라마 ‘스카이캐슬’이후 새로운 것에 갈망이 생겼고, 둘이 카페에서 우리끼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3천만원을 투자받아 3일만에 영화를 찍었다”고 즐겁게 그때를 떠올렸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해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왓챠상을 받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겨버렸다.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작에 선정돼 4천만원도 지원받았다. 배급사도 잡혀 2월 3일 개봉한다.
스태프들에게 이 작품이 좋은 필모그래피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기에 아주 행복하다.
단 3일만에 찍은 영화라는 것을 좀 감안해달라.(웃음) 영화는 정말 재밌는 부분이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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