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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건강한 장수국가가 되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1 18:00

수정 2021.02.01 18:00

[fn광장] 건강한 장수국가가 되려면
정부는 향후 10년간 건강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건강수명을 2018년 기준 70.4세에서 2030년까지 73.3세로 연장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건강생활 실천, 비감염성질환 예방관리, 감염 및 기후변화성 질환 예방관리 등 6개 부문별 계획이 담겼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2018년 기준 82.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7세보다 2세가 높다. 그러나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유병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70.4세로, 평생 유병기간은 12.3년으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건강수명을 73.3세로 연장, 기준연도 대비 2.9세를 높일 계획이다. 그런데 통계청의 2019년 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의 평균수명은 85.2세로 기준연도 대비 2.5세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2030년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11.9세가 되어 기준연도 대비 0.4세밖에 감소하지 않는다. 정부는 건강수명을 높이기 위해 28개 중점과제, 64개 대표지표를 포함한 400개 성과지표가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0.4세를 낮추는 것이라면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8.0%다. 이는 일본 11.1%, 영국 10.3%, 독일 11.7%, 프랑스 11.2% 등에 비해 낮지만 이들 국가의 노인인구비율은 20% 내외이고, 우리나라는 15%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의 의료비 부담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점에서도 국민건강증진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일본은 노인인구비율이 28.7%로 세계 1위 노령국가인데도 의료비는 11.1%로 낮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세부항목별로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 발표로 여론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담뱃값과 술값 인상 문제였다. 정부는 흡연율과 음주율을 낮추고자 담뱃값은 10년 이내에 WHO 평균 수준에 근접하도록 인상하고, 술에도 담배와 같이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여러 실증자료에 따르면 소비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가격정책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04년 말 담뱃값 500원 인상으로 남성 흡연율은 57.8%에서 2006년 44.1%로 하락했고, 2015년 1월 2500원이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대폭 인상된 이후 흡연율은 2016년 40.7%, 2018년 36.7%로 떨어졌다. 따라서 건강에 위해한 술·담배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여야 간 정치적 논쟁으로 논점이 흐려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야당 대표일 때는 담뱃값 인상을 횡포라고 비난하다, 집권하면 인상방침을 발표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건강수명이 높아지려면 금연과 금주가 중요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암사망률과 같이 2008년 인구 10만명당 124.1명에서 2018년 90.3명으로 개선된 영역도 있지만, 유산소신체활동 실천율은 2014년 57.1%였으나 2018년에는 44.9%로 오히려 하락했다. 성인 남자 비만유병률은 2008년 35.6%였지만 2018년 41.9%로 높아졌다.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도 모두 악화됐다.
정신건강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자살률도 2008년 인구 10만명당 26.0명에서 2018년에는 26.6명으로 높아졌다. 건강이 담보되지 않는 평균수명 연장은 축복이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 잘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온 국민이 건강한 사회는 정부의 환경과 여건 조성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실천 의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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