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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3 18:00

수정 2021.02.03 18:01

[fn시평]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고?
주가가 지난주 급락한 뒤 이번주 초에는 급등세로 반전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데다 각종 정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인식과 대응이 제각각이니 주가가 심하게 오르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현 주가수준이 경제상황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이어서 상당 폭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의 주가에 이용가능한 정보가 대부분 반영돼 있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데다 무엇보다도 시장관계자들의 전망이 과거의 논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 각국이 긴축모드로 전환함으로써 주가가 하락하리라는 전망을 점검해보자. 이 논리는 기본적으로 1970~80년대 고물가시대 통화주의 시각에 근거한다. 그러나 현 세계경제 여건상 지원금 지급 등으로 돈이 많이 풀렸다 해도 소득 및 고용 부진과 소득양극화 등을 감안하면 물가수준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리라 보기 어렵다.
여행, 화장품 등 일부 영역에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분출하며 가격이 급등하는 정도일 것이다. 요컨대 물가요인으로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주식시장이 식을 것이라는 전망엔 다소 의문이 든다.

둘째, 주가수준을 평가할 때 흔히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너무 높아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높지 않다. 예로써 주당순이익이 5만원인 기업의 주가가 50만원이라 하자. 이때 PER은 10이 되어 10년이 지나면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다시 말하면 PER의 역수는 10분의 1이니 10%의 기대수익률로 주식을 매수하는 셈이다. 그런데 과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근접하고 사회적 기대수익률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지만 이제는 평균 GDP 성장률이 2% 남짓에 불과하고 정기예금 금리가 1%가 안될 정도로 금리가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 역시 훨씬 낮아져야 하고 따라서 주어진 이익에 대해 주가가 더 올라 PER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한국의 산업구조가 매우 빠르게 진화해 시장가치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간과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 반도체 등 첨단 신기술 여러 분야에서 주요 핵심부품 경쟁력으로 길목을 지키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부품소재 분야의 강점에다 특유의 빠른 적응력(agility)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하고 있다. 이전부터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준비해오던 터에 코로나 대유행으로 변화가 가속되면서 기회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급등한 주가가 향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 미국 국채수익률 급등과 같은 단초(triggers)가 마련되면 주가가 급락하는 방향으로 기대가 쏠리면서 시장이 자기실현적 예언을 현실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주가수준 자체가 너무 높으며 따라서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앞서 보았듯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진단하는 것이다.
구조적 저금리와 저물가 등 경제 및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이 한 단계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변화한 구조에 기반해 한국 주식시장을 판단하는데 일정 정도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점이다.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LG경제연구원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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