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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원 연세대 김형범 교수팀, 질병·노화 발생시간 측정 '세계최초'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08:38

수정 2021.02.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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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논문 처음으로 '셀(Cell)'에 게재
바이러스 감염 시간 측정해 치료 기대
삼성 2013년부터 634개 과제 8125억 연구비 지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범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범 교수

[파이낸셜뉴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연세대 의과대학 김형범 교수 연구팀이 DNA 염기 서열을 변화시켜 생명 현상이 발생한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앞으로 질병이나 노화 과정 등을 추적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정인경·조성래 교수,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박태영 교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를 담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경과된 시간과 특정 생명 현상의 시간 정보를 기록' 논문은 질병, 노화 등 생물학적 현상이 발생하는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인정받아 3일(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생명과학 전문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연구 과제가 '셀(Cell)'에 게재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상위 국제 학술지에 소개된 논문은 '네이처' 5건, '사이언스' 6건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생명체가 질병에 걸리면 DNA 염기 서열이 변한다. 염기 서열이 언제부터 변했는지 알아내면 질병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도 추적할 수 있어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체가 바이러스에 언제 감염됐는지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면 질병의 진행 경과에 맞춰 적절한 치료약을 쓸 수 있게 된다.

김형범 교수 연구팀은 DNA 염기 서열에 변화가 생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정상 염기 서열은 줄어들고 변이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통계적 분석을 위해 2만3940개의 서로 다른 염기 서열을 독성 물질을 노출하거나 열 충격 등을 가해 발생한 변이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생명체가 다양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DNA 염기 서열의 변화 시점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오차 발생률 10% 내외의 정확도로 시간 측정 시스템의 유효성을 검증했다.

김형범 교수는 "화석 등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과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의 시간 경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질병 발생 과정 추적, 노화 등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산업적 활용을 고려해 해당 기술에 대한 국내에서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특허 출원 중에 있다.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육성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연구의 육성·지원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기초과학,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고, 1년에 한번 실시하는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통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해당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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