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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륙붕 '제7광구'의 가치를 다시 보다

좌승훈 제주취재본부장
좌승훈 제주취재본부장

바다는 또 하나의 영토다. 해양활동과 항행, 수산, 광물자원의 원천이다. 올들어 제주도 동남쪽 바다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의 해양측량선 쇼요(昭洋)·다쿠요(拓洋)호와 우리 해경 함정이 잇달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무관심 속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제7광구(한일 공동개발구역·JDZ)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작년 8월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의 측량선은 ‘헤이요’(平洋)였다. 다음 달에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4000톤급 측량선 ‘코요’(光洋)호도 취역한다고 한다.

일본 측은 통상적인 지진·지질조사 활동이라며, 이달까지 계속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해역은 한일 양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 범위에 있는 중첩수역이다. 해역이 겹칠 경우, 인접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 해경은 “해당 해역이 우리 해역이고, 해양과학조사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자국 EEZ(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본의 해저지형 조사활동은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다. 1978년 발효된 제7광구를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의 한일대륙붕협정이 오는 2028년 만료되지만, 일본은 공동 개발은커녕 일방적으로 탐사를 중지하고는 시간만 끌어왔다. 때문에 협정의 시행 중지로 종료시점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7광구는 1968년 국제자원탐사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 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매장량이 천연가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원유는 미국의 4.5배 규모다. 2005년 미국 우드로윌슨 연구소는 제7광구가 있는 동중국해를 ‘아시아의 걸프만’이라고 평가했다. 제7광구가 해양 영토 관리 차원에서 독도문제에 견줄 만큼 중요한 이유다.

한일대륙붕협정이 종료되면, 제7광구의 80%가 일본 소유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후 일본은 단독으로 해양영토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협정 당시에는 해양 경계가 대륙에서 뻗어 나온 대륙붕중심론이 우세였지만, 이후 국가 간 해양 경계 분쟁이 잦아지면서 국제해양법이 바뀌고, EEZ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리상 가까운 일본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일본이 독자적으로 해저와 해상·수층 조사까지 하면서도, 공동 탐사에는 느긋한 이유다. 중국도 가만있을 리 없다. ‘JDZ는 우리 땅’이라고 들이밀 것이다.

영유권을 놓고 한·중·일 3국은 이미 자기 관할수역이라고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영토·자원 문제에 역사 분쟁까지 엉킨다면, 협상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양주권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해결 과제이기에, 각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중국의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망 구역에 이어도와 이 지역이 포함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