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슈펙스비앤피 소액주주들 "사측, 임시주총 앞두고 의결권 부당권유 나서"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7 13:16

수정 2021.02.07 13:16

"공시 안 된 수거전문업체가 주주 방문"
"찬반항목 공란으로 받아간 위임장 반환 요구 거절"
"신분증 사본으로 위임장 대필하려는 정황도"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로 매매정지 상태"
"사측, 또 다시 배임소지 있는 의결권 수거활동 중" 
"위법사례 검찰 고발 검토"
슈펙스비앤피 소액주주들 "사측, 임시주총 앞두고 의결권 부당권유 나서"

[파이낸셜뉴스] 오는 9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슈펙스비앤피가 의결권 부당권유 등으로 불법·불공정 논란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위임장을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의결권 권유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7일 슈펙스비앤피 소액주주연대는 회사가 주주들에게 주총 안건내용이 공란으로 비워진 위임장을 받아가거나 위임장 철회를 요구하는 주주의견을 거부하고 위임장을 대필하려 하는 등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슈펙스비앤피의 한 주주는 "위임장을 가져간 사측 인원에게 자신이 준 위임장을 등기우편으로 반송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바빠서 반송하러 갈 시간이 없다. 폐기처분한 위임장을 사진으로 보내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주주연대 측에 제보했다. 이 주주는 "사측 인원이 보내준 문자에 있는 폐기 위임장 사진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이런 식으로 안건을 공란으로 받아간 위임장에 마음대로 찬성 표시를 해서 주총에 사용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연대는 "또 다른 소액주주에게 위임장을 받기 위해 주주를 방문한 사측 인원은 소속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저희는 의뢰를 받고(하는 것)'이라고 답했다"며 "회사가 공시한 참고서류에는 의결권 대리행사자로 회사 직원 12명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용역업체를 고용했다는 내용은 공시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회사의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의 명함에는 회사 로고와 함께 '실질심사대응 T.F.T 부장'이라는 직함이 인쇄돼 있다. 명함에 기재된 유선번호는 회사의 주식담당자 직통번호이고, 이메일 주소는 회사계정이 아닌 네이버 메일 계정이다.

주주연대의 확인 결과 이메일은 의결권 수거대행업체인 J사 관계자의 것으로 밝혀졌고 J사 페이스북에도 해당 메일주소가 기재돼 있다.

정우영 주주연대 대표는 "12명이라는 회사 직원이 전부 부장인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버젓이 의뢰를 받았다고 실토한 사람들을 직원이라고 공시한 사측 행위는 명백한 공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인 A씨는 "용역업체 직원에게 찬반표시 없이 준 위임장을 철회하기 위해 취소요청을 했고 처음에는 '그러겠다'고 했던 사측이 다음날 '위임장이 변호사의 공증을 받은 상태라 취하할 수 없다. 취소시키고 싶으면 주총 당일 참석하라'는 답변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신고하겠다'며 다시 취소를 요구하자 수거업체 직원은 '취소했다고 연락이 왔다'는 말 뿐 취소확인서 요청에는 대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주총 전에 주주 허락 없이 변호사에게 위임장을 넘겼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냐"며 "주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주총을 강행하려는 회사 측 처사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인 B씨는 사측 수거업체 직원이 위임장을 대필하려는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해당 수거업체 직원이 자신의 신분증 사진과 함께 주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찬반표시와 신분증 사본을 문자로 전송해주면 의결권 위임을 도와드리겠다"는 표현이 있다. B씨는 "이런 식이면 사측 마음대로 위임장에 주주 사인을 위조하거나 막도장을 찍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 C는 "용역업체 직원으로 의심되는 사측 수거대리인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으로부터 이 사람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대행업체 직원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9월 윤모 대표, 장모 이사, 이모 고문이 회사자금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공소제기된 사실이 확인돼 매매가 정지된 슈펙스비앤피가 의결권 수거업체를 고용한 행위는 또 다른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연대를 지원하는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재무제표 승인 등 중립적 안건이 아닌,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이사 선임 등 주주들의 이해가 상충되는 안건에 대해 회사가 권유행위를 하면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결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리행위가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비용으로 수거업체를 고용해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결권 수거 행위를 한다면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연대는 "회사의 불법적 의결권 수거행위 사례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위법사례를 모아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우영 주주연대 대표는 "회사를 상폐위기로 몰아넣은 현 경영진에 고용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주들에게 '주총안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된다', '신분증 없어도 되니 동의한다는 문장만 문자로 보내달라'고 발언한다는 주주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심각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지르면서 주총을 무리하게 진행하려는 사측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