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목욕하고 있는데 ‘벌컥’…“집주인이라고 막 들어와도 되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2 08:00

수정 2021.02.12 09:16

아파트 내부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아파트 내부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전북대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22)는 최근 자신의 원룸 현관을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상자가 신발장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서운 마음에 집주인에 문의하니 “좁은 복도에 택배 있으면 불편해 넣어 놨다”고 설명했다. A씨는 “몰래카메라가 있을까봐 며칠간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명절 때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세입자의 방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집주인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런 방문에 학생들은 불안을 느끼지만 불이익이 걱정돼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전북 군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모씨(21)도 최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가 방에서 컴퓨터를 하던 도중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그 누구도 방문 예정이 없었기에 깜짝 놀란 이씨는 바로 현관문을 바라봤고 이내 집 주인이 들어왔다.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등장한 집 주인은 “뜬금없이 문 부속품을 교체 하겠다”며 이를 수리하고 나갔다.

이씨는 “목욕하고 나왔는데 집주인이 방을 보여주러 찾아온 적도 있다”고 말하며 불쾌해 했다.

전주대 인근에 거주하는 최씨(23)도 늦은 저녁 집주인이 방을 찾아와 곤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최씨는 “늦은 저녁 여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집주인이 다짜고짜 들어왔다”며 “(그러더니) ‘집 상태를 보고 싶다’며 방을 태연히 둘러보고 나갔다”고 말했다.

■ 누가 불쑥 들어와 당황했던 적 많다
하숙·자취집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 원광대 인근 하숙집에 거주 중인 김모씨(27)는 최근 슬리퍼를 다시 사야했다.

김씨가 외출한 사이 집주인이 김씨가 신던 슬리퍼를 묻지도 않고 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당하게 돈 내고 들어와 사는 개인 공간인데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을 보러오겠다는 이에게 세입자 방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사례도 있었다.

전북 전주 아중리 원룸에 살고 있는 박모씨(20)는 “최근 방을 보러 다닐 때 집주인이 방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면서 “찾아가니 속옷이 밖에 나와 있어 매우 당황했다. 집주인이 방 보러 들어간다는 것을 안 알려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집주인이라도 무단출입은 주거침입죄
언제 누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지만 학생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항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북대 대학원에 다니는 장모씨는 “집에 없을 때 집주인이 찾아와 안 좋은 일을 벌일까 걱정됐다”고 밝혔다.
김모씨 역시 “보증금 문제도 있고 금전적인 문제가 걱정돼 항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세입자가 허락하지 않은 출입은 집주인이라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김현종 리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동의 없이 임의로 들어가는 것은 주거침입”이라면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서 임차인에 목적물을 인도해주면 점유권이 임차인에게만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