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종합] WHO "코로나는 동물 간접 감염, 연구소 누출 아냐"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9 20:29

수정 2021.02.09 20:29

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다국적 조사팀을 지휘하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한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다국적 조사팀을 지휘하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한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해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했던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약 1개월 동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1년 이상 흐른 뒤 현지를 찾은 조사팀은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기와 장소 모두 특정 못 해
WHO의 다국적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9일 우한에서 열린 결과 발표회에서 지난 2019년 12월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시장은 바이러스 전파의 중심지가 아니었으며 시장 밖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감염이 우한에서 2019년 12월 이전에 발생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발생했는지 규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감염은 전형적인 전염병 확산 사례”라며 “산발적인 감염 사례가 먼저 나왔고 시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회에 중국 공동 조사팀 대표로 참석한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 량완녠 칭화대학 교수는 피터 박사의 의견을 거들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화난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표본들이 이미 팬데믹 초기부터 다양한 변이를 보였다며 바이러스가 최초 발견에 앞서 몇 주 동안 이미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엠바렉 박사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4가지 가설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에 의한 직접 감염 △중간 숙주를 거친 간접 감염 △냉동식품에 의한 전파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누출 가능성을 두고 조사한 결과 중간 숙주를 거친 간접 감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산 냉동식품에 의한 전파설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엠바렉 박사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연구소 가설은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주장은 미래에 진행될 추가 조사에 부합하지 않는 가설이다"고 못을 박았다. WHO 조사팀은 지난 3일 해당 연구소를 방문했다.

■박쥐? 천산갑? 다른 동물일 수도
조사팀은 동물에 의한 감염을 주장했으나 코로나19를 퍼뜨린 동물을 구체적으로 찾아내지 못했다. 조사팀은 일단 박쥐와 천산갑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 역할을 한다는 증거를 찾아냈지만 해당 동물들이 직접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아울러 다른 동물들 역시 자연 숙주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엠바렉 박사는 간접 감염설을 주장하면서 비록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이긴 하나 우한이 주요 박쥐 서식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쥐 내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에게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는 바이러스를 전파한 다른 동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엠바렉 박사는 "화난 시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산물과 동물과 관련된 냉동 제품을 파는 곳이지만 길들인 야생동물과 수입 제품 역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냉동 혹은 냉장, 가공하지 않은 동물 제품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존재하는 어떠한 야생동물에게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 조사팀의 연구 결과는 기존에 중국 정부가 주장하던 내용을 상당 부분 답습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지난해부터 바이러스가 우한이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된 냉동 제품 혹은 2019년 말에 우한을 방문했던 미군 스포츠 대표팀에서 전파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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