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이산가족, 더는 못해' 설 맞아 고향 찾는 시민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0 12:00

수정 2021.02.10 12:00

10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풍경
광주·대구·대전·부산 등 차편 매진
지난해 추석 텅 빈 대합실과 대조돼
[파이낸셜뉴스] "추석때는 안 내려갔는데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엔 내려가요"

코로나19 확산 속에도 설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 동안엔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한 영향으로 터미널이 한산한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오전부터 시민들이 대합실을 가득 메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티켓도 광주와 대전, 대구, 부산, 나주, 목포 등 주요도시로 가는 좌석이 대부분 팔려나가 품귀현상을 빚었다.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에서 차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에서 차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코로나 뚫고 고향 앞으로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은 예매한 차편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저마다 여행용 가방을 하나씩 끌고 대기하는 시민들은 개인부터 연인, 가족단위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 시민들이 설을 맞아 가족을 찾기 위해 터미널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남자친구와 목포행 버스를 기다리는 이성현씨(31·여)는 "결혼할 사람인데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러 함께 내려간다"며 "작년엔 코로나가 심해 못내려갔는데 어른들이 올라오시게 할 수는 없어서 이번엔 내려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회사에 출근할 때도 지하철을 타는데 특별히 버스이동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손도 잘 씻으면 되지 않을까"하고 전했다.

5살 아들과 함께 짐을 잔뜩 들고 터미널을 찾은 유보경씨(40·여)도 지난 추석엔 고향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충청남도 논산이 고향인 유씨는 "작년 추석엔 표가 많이 남아서 다들 거리두기 하나보다 하고 우리도 고향을 가지 않았었다"며 "지난 설이랑 추석 때 다 못가다 보니까 이번에도 안 갈 수도 없고 해서 선물을 좀 챙겨서 왔다"고 말했다.

남편이 종합병원에서 일해 함께 갈 수 없게 됐다는 유씨는 "코로나로 너무 가족들이 못만나고 하다 보니까 거기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더라"며 "외식도 안 하고 가족들끼리만 만나서 얘기 나누다 오고 싶다"고 답했다.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에서 차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에서 차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티켓 못구해 난감해 하기도
지난 추석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리다보니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아내와 함께 터미널을 찾은 황모씨(50대)는 온라인으로 표를 사지 않고 왔다가 2시간을 기다리게 됐다고 전했다. 경상북도 영덕군 노모가 있는 황씨는 "작년에는 (예매를 하지 않고) 그냥 와도 직통편이 있었고 포항으로 가는 차도 많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없다"며 "(포항행 버스도) 한 자리씩밖에 안 남아서 아내랑 같이 가려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곁에 있던 황씨의 아내는 "늙은 사람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버벅이다가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 안 간다고 여유부리더니 이럴 줄 알았다"며 "기다렸다가 포항차 타고 가서 또 버스 갈아타고 가면 하루가 다 가겠다"고 눈을 흘겼다.

운송업체들도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
흡연실에서 잠시 쉬고 있던 한 고속버스 기사는 "작년에 코로나 한창일 때는 차편을 줄였는데도 차가 텅텅 비어가지고 가고 그랬다"며 "올해는 좀 늘지 않겠냐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했는데 이정도로 매진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목포행 고속버스가 매진된 모습. 온라인 갈무리.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목포행 고속버스가 매진된 모습. 온라인 갈무리.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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