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내 발품 팔아도 돈내라니”, 복비 개정안 실화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2 12:16

수정 2021.02.12 13:16

권익위 낸 '복비 개선안' 권고안에 '알선수수료'
중개수수료 구간 5개에서 7개로 세분화"
소비자 편익, 중개업소 고충 다 담았지만...
집 보고 안사면 '수수료' 내는 권고안엔 의견 엇갈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경. 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경.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집보러 온 사람이 자기 발품을 팔아도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개업자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하지만 집을 구경하고 계약을 하지 않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 권고안에 포함돼 있다.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지만 수요자와 중개업자들 사이에 이 알선수수료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집 구경하고 안사면 ‘알선 수수료?’
이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정부에 권고한 ‘복비(중개보수) 개선안’에 담겨 있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집을 구경하면 계약을 안해도 발품비 수준의 수고비를 내야 한다.
또한 중저가 주택의 중개 수수료는 현행보다 더 낼 수도 있다는 안이 담겨 있다.

권익위의 의견은 이렇다. 중개업자들의 수고비는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며, 개선안을 적용하면 5억원 이하 주택은 중개보수가 20만~30만원 수준으로 올라가 부담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한 새 제도를 도입하면 구두계약으로 인해 벌어지는 분쟁도 줄일 수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개선안에 들어가 있는 ‘알선수수료’ 부문이다. 권익위는 실제 거래계약까지 가지 못한 경우 실비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알선수수료 지급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알선 횟수 등을 감안해서 지급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 집을 여러번 구경한 후 계약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제도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중개보수 요율체계 개선, 개업공인중개사의 법정 중개 서비스 외 부가 서비스 명문화, 중개거래 과정에서의 분쟁 발생 최소화 및 중개의뢰인 보호장치 강구, 주거 취약계층 중개보수 지원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등이다.

중개보수 요율체계는 4가지 안이 있다. 현재 5단계 거래금액 구간 표준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방식 고정요율을 정하는 것이다. 또 고가 주택 거래 구간에서는 중개업자와 거래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중개보수 비용을 결정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담겼다.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요율제, 또는 단일 정액제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추가했고, 매매와 임대 구분없이 0.3~0.9% 요율 범위 내에서 공인 중개사가 중개의뢰인과 협의해 보수를 결정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김범석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김범석 기자

■“내 발품에 돈 내라니” vs “부동산 아이쇼핑족 늘어 고충”
알선 수수료 근거 마련을 두고 소비자와 중개업자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발품 파는 일에 수수료까지 내는 방식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중개업자들도 이 부분은 고충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층이 젊은 층으로 내려가면서 쇼핑하듯 집을 보러 다니는 20~30대가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집을 마련한 한 소비자는 “지난해 가을에 결혼하면서 전셋집을 구했는데 중개업자로부터 이 집이 좋다는 말만 들었지, 살고 보니 습기가 많이 차고, 남향도 아니라서 당혹스러웠다”면서 “중개수수료도 만만치 않은데 내가 시간 들여 집을 볼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앞으로 매매할 집을 고르는데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 중개업자는 “기존 중개수수료에 수요자들에게 집을 보여주는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집 살 의향이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중개업소를 돌며 집만 구경하러 다니는 젊은 층도 있어 고충이 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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