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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결과 승복·후유증 극복 ‘관건’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5 00:10

수정 2021.02.15 06:36

난개발 vs 경제 활성화…15~17일 조사 진행 18일 결과 발표
설 연휴 제주 민심의 최대 화두…찬반단체 막판 홍보전 격화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부근 지도. /사진=fnDB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부근 지도.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5년 넘게 제주도를 뜨겁게 달궈 놓은 5조1278억원 규모의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가 설 연휴 기간 밥상머리 민심의 최대 화두로 압축된 가운데, 15일부터 시작되는 도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찬·반 측의 홍보전이 막판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2공항 건설여부를 결정하는 도민들의 첫 자기결정권 행사이자, 최종 선택이라는 점에서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조사 결과에 대해 승복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 제2공항 건설 갈등 해결…도민 첫 자기결정권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는 14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산의 발전, 성산의 미래, 성산의 화합은 제2공항 건설만이 답”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찬성을 선택해줄 것을 호소했다.

염상민 제주 제2공항 건설 촉구 범도민연대 공동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9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을 향해 제2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발언하고 있다. 2021.02.09. [뉴시스]
염상민 제주 제2공항 건설 촉구 범도민연대 공동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9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을 향해 제2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발언하고 있다. 2021.02.09. [뉴시스]

이들은 “정부의 제2공항 건설 발표는 대부분의 성산읍 주민들을 부풀게 했다”며 “가장 낙후된 성산지역에는 한 줄기 빛이자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인 제2공항 건설이 잘못된다면, 성산지역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2공항 건설은 교통정체와 쓰레기·오폐수·소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포화 상태의 현 제주공항의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다”며 “도민의 대중교통인 하늘 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제2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지역 출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재호(제주시갑)·오영훈(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 3명을 향해 “그동안 직접적인 반대 논리도 없이 절차적 정당성과 도민 합의를 빙자하면서 도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했다”며 “이것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빙자해서 교묘하게 도민을 호도하는 기만행위이며, 이제라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도민 2000명·성산읍 500명 대상 총 4회 조사

반대 측인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도 이날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예정지를 성산읍으로 발표한 2015년 11월은 중국인 대량 관광객을 포함해 국내 관광객들이 연간 1500만명이나 제주도로 밀려들어오던 시기였다”며 “제2공항 반대로 제주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육지에서 내려온 현직 부동산업자가 제2공항 찬성단체 대표라고 한다”면서 “일부 부동산 투기꾼들의 거짓 선동에 속지 말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제2공항에 대해 “제주의 중산간 농지와 지하수가 숨 쉬는 숨골을 파괴하고, 철새도래지와 일출봉 앞 경관을 훼손하는 환경파괴 공항이자, 관광객을 더 받겠다고 지역에 살고 있는 도민을 강제로 내쫓고 땅을 빼앗는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좌·성산·우도·표선·남원 모두 비행기소음 피해지역에 직·간접적으로 편입된다”면서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 이용은 현 제주공항을 첨단시설로 현대화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에서 반대를 선택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0201.02.10. [뉴시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에서 반대를 선택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0201.02.10. [뉴시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가 우여곡절 끝에 극적 합의가 이뤄져 실시되는 이번 여론조사는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에 따라 날 선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사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제주도내 9개 언론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관하며, 국내 2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제주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별도의 조사를 실시한다. 전체적으로는 도민 대상 2회, 성산읍 주민 대상 2회 등 총 4회에 걸쳐 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도민 조사와 성산읍 주민 조사 모두에서 찬성 또는 반대 어느 한쪽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우세하게 나타나는 것이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나타날 경우와 ▷2개 기관의 도민조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올 경우 ▷도민조사 결과와 성산읍 주민 조사 결과가 상반되게 나올 경우에는 또다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여론조사 결과, ‘참고용·정책 반영…갈등 불씨

더욱이 제주도와 국토교통부가 주민투표를 두고 ‘참고용’이라거나,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는 점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제주도 제공] /사진=fnDB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제주도 제공] /사진=fnDB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제주도에서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실시하고, 제주도에서 공문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오면,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묻는 도민 의견 수렴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여론조사 방식은 참고용이며 최종 결정은 국토교통부가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론조사 결과가 도민의 압도적인 반대로 나온다면, 국토교통부가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지만 1∼2% 차이에 따라 구속력이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제2공항 입지 선정이 발표된 2015년 11월부터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이용해 유선 20%·무선 80% 비율로 이뤄지며, 결과는 18일 오후 8시에 발표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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