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한 축인 이른바 '제3지대' 경선이 삐걱대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가 예정대로라면 15일 TV토론으로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루 전 돌연 토론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3지대 경선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실무협상팀을 가동해 경선 세부 사항을 합의해온 양측은 토론의 방식과 횟수·시기·중계 매체 등 전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가 '야권 승리'라는 대명제를 위해 힘을 합친다는 명분으로 제3지대 경선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지만, 막상 이를 대하는 두 후보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5일 야권에 따르면 금태섭 후보는 지난달 출마선언을 하면서 안철수 후보를 콕집어 '제3지대' 일대일 경선을 진행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금 후보가 방송사 주관으로 이뤄지는 수 차례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첫 토론이 설 연휴 이전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오는 16일부터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토론이 시작되는 만큼 시민 이목을 분산시키지 않을 유일한 시기는 설 연휴와 그 직전이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금 후보와의 경선을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로 가는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말 그대로 '1차 경선'일 뿐인데 여기에 과도한 힘을 쏟았다가 국민의힘과의 본경선에서 추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 후보는 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인 만큼 1차 경선에서 삐끗하면 자칫 최종 단일화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안 후보와 금 후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안 후보가 지난 19대 대선 토론에서 'MB 아바타' 발언을 했다가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기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그야말로 '잃을 게 없는' 금 후보와의 자유토론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TV토론 가능 횟수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도 감지된다. 이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에 따르면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TV토론 가능 횟수가 1회라는 '유권해석'을 국민의당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 경선과 금 후보와의 경선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과의 본경선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데도, 금 후보 요청에 따라 한 번 뿐인 TV토론 기회를 1차 경선에 쓰기로 통 크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 후보 측은 토론 방식이나 주관 방송사라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데 금 후보 측이 이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당 입장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TV토론을 한 번만 하라고 강제한 게 아니라 옛날 해석을 안내한 것"이라며 "과거 선례와 지금 사례가 같은지 여부도 저희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답변을 드릴 수 없다. 질의가 들어오면 검토해서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관련 질의서를 선관위에 송부할 계획이다.
안 후보 측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토론이 열리면 사회자가 후보자들에게 공통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이 대주제 아래 소주제를 각각 2개씩 선정해 번갈아가며 토론을 주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금 후보는 사회자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형식 없는 자유토론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절제되지 않은 자유토론이어야 금 후보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발휘할 수 있고, '점잖은 정치인' 이미지를 가진 안 후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굵직한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실무협상팀은 이날 오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쪽은 TV토론의 필요성과 두 개의 토론 주제에는 일찍이 합의한 만큼 이번주 중에라도 협상이 마무리되면 당장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날 협상으로 합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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