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이 주도해야 뉴딜 성공… 지방이전 기업 법인세 낮춰야" [한국판 뉴딜 성공의 조건]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6 16:55

수정 2021.02.16 18:25

<3>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게 듣는다
한국 유례없는 지역 불균형 심화
제조업·디지털·그린 융합에 나서
지역마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정선 산림뉴딜·광주 식물공장 등
지자체마다 특화사업 활발히 추진
교육·복지·일자리 지역 분산도 필요
지방 청년들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법인세 깎아주면 9조 투자 늘어나
균형위, 책임있는 행정위로 거듭나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주민 스스로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주민 스스로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한국판 뉴딜을 지역 기반으로 확장시켜 지역 활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연계.결합해 지역의 고른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지역균형 뉴딜'이 '한국판 뉴딜'에서 갖는 의미를 묻자 돌아온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의 대답이다.
지역균형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규모만 75조원+α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차 한국판 뉴딜 회의에서 "정부는 담대한 지역균형발전 구상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 지역이 지역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창의적 과제를 기획, 지역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며 "현재 광역시·도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와 농산어촌 면 단위까지로 진화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불균형적인 발전 양상을 바로잡는 데도 지역균형 뉴딜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수도권 대비 지역의 불균형 심화를 겪고 있다"며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국 어디서나 지역의 경쟁력을 주민 스스로가 체감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수도권 인구비중 증가, 비수도권과의 지역내총생산 격차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위해서도 국가균형발전이 중요하다"며 "혁신도시, 규제자유특구 등 기존의 균형발전정책과 한국판 뉴딜을 연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역균형 뉴딜의 의미와 계획, 균형발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키워드를 꼽는다면.

▲'지역 주도'라는 키워드를 꼽고 싶다. 재정투자를 통한 시장과 수요 창출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자 하는 한국판 뉴딜의 목표를 고려할 때 지역균형 뉴딜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자원과 역량, 위기의 양상을 고려하고 여건에 맞는 과제를 선정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한 가지 더 강조한다면 '균형'이다. 지역 주도의 과제 발굴, 수행과 더불어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제조업, 지식서비스산업 등을 디지털과 그린으로 전환하거나 융복합해 양질의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은 과밀을 해소하고 대기질, 교통망, 환경, 건강 등 쾌적한 삶의 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이 강조된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강원 정선이 추진하고 있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산림뉴딜사업'이 좋은 예다. 벌채, 숲 가꾸기 등 강원 정선 지역의 풍부한 산림산업에서 발생하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수집하고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 산림·임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흡수원 확충 및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해 예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예로 광주 광산구의 '아파트형 식물공장'을 들 수 있다. 광주 광산구는 도농복합도시로 농업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가능한 이점을 활용, 인공구조물(온실, 건축물 등) 내에서 생육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하고 농산물을 공산물처럼 날씨나 계절 변화에 무관하게 계획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식량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나주, 장성, 담양 같은 인근 지역으로 파급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비가 지원되는 지역균형 뉴딜도 있다.

▲그렇다. 한국판 뉴딜 내 지역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국비보조가 확정됐거나 국비 보조를 요청한 사업도 지역균형 뉴딜 유형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12월 총 5개 사업의 국비 지원이 확정됐다. △울산광역시의 수소전기차 안전인증센터 구축 △전남 나주시의 저압직류 핵심기기 인증 △광주광역시의 아파트형 식물공장(스마트팜) 구축 △충청북도의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구축사업 △서울시 성동구의 성동형 스마트 횡단보도다. 앞으로도 지역으로부터 창의적 과제를 제안받아 우수한 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2년 국비 예산 반영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미 지역에서 진행하던 굵직한 사업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균형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과제다. 지역단위 자율성 확보를 위한 '미래'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된 사업이어야 한다. 뉴딜사업은 선도국가로 전환하는 지역의 새로운 약속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고, 지역 주도성과 균형발전 기여도에 따라 사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뉴딜은 지역특성과 여건, 역량이 다르므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존 사업의 재탕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지역성의 회복, 지역의 활력 증진이라는 차원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엄정하게 선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을 돌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과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인구 유출, 경기침체 등 지역의 위기에 대한 체감도가 실질적으로 훨씬 크고, 경제적 이유가 아닌 교육·문화·복지 등과 같은 정주여건의 열악함이 이주한 사람들이 지역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큰 이유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혁신도시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인구증가, 지방세수 증가 등 가시적 효과는 있었지만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큰 과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의 경우 임직원이 자녀를 교육하기 적합한 적당한 위치에 학교가 부재한 경우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지역의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복지·일자리가 패키지로 제공돼야 한다. 결국 '분산(scatter)'에 답이 있다. 코로나19 극복과 재정불균형 회복을 위해서는 생태학적·경제학적 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법인세율의 지역별 차등 적용'을 언급했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지역에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창업),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전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촉진이 필수적이다. 민간기업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익실현이다. 이익실현에 부합하기 위해 세제나 규제 등의 개선을 통한 유인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법인세 감면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균형위는 지난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법인세율의 지역별 차등 적용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국을 수도권과 나머지 2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수도권의 법인세를 유지하고 비수도권 법인세를 차등 인하하거나 수도권 법인세를 상향하고 비수도권의 법인세를 차등 인하할 경우 민간부문 신규투자가 '7조원 이상~9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시행 중인 스위스나 이스라엘처럼 한 번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필요한 협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

―균형발전위원회가 행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03년 설립된 이후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국가균형발전 관련 중요정책에 대한 자문 및 심의·의결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균형위의 심의·의결의 강제성과 법적 구속력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18년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했으나 지역의 활성화는 경제·산업·국토계획·교육·문화·관광 등 총체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몇몇 부처의 단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정책 수립과 집행을 총괄적으로 추진하는 책임 있는 행정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독자적 소관사무와 집행기능이 없어 국가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개별 부처에 분산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체계화하고, 다부처·다지역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행정위원회로 개편 추진이 필요하다.
균형위를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균특법 개정안을 작년 11월 송재호 위원 등 5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상황이다.

■ 김사열 위원장은
△65세 △경북 의성 △대구 계성고 △경북대 생물교육학과 △경북대학원 생물학과(이학석사)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화학과(이학박사) △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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