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전열 재정비 나서는 경제단체들, 보수 색채 버리고 ‘젊은 피’ 수혈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6 21:37

수정 2021.02.16 21:37

상의에 ICT기업 합류 신·구 조화
무협, 15년만에 기업인회장 추대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경제단체들이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정부의 잇따른 반기업 입법에 고초를 겪은 재계 내부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같은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서울상의) 부회장단에 '젊은 피'를 영입하면서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경제단체에 변화를 주도 중이다.

무역협회도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인 출신 회장을 추대하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생존을 위한 전열을 재정비했다는 평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권유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 함으로써 상의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재계 대표 단체가 됐다고 분석했다.

IT 기업의 상의 부회장단 참여는 크게 세가지 의미가 있다는 재계의 평가다.
우선 젊은 ICT 기업의 합류로 상의 내에서 신·구 조화가 이뤄졌고, 그간 중견기업 중심에서 명실상부 재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대표 자리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점이다. 특히 이를 주도한 최 회장은 재계의 '맏형' 이미지가 확고히 굳어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다소 노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젊은 피의 수혈로 이런 분위기가 바뀌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는 최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최 회장은 오랫동안 재계 인사들 간에 모임과 활동을 주도해온 경력의 소유자다. 최근에는 4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을 주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로 부상했다.

이번에 김범수·김택진 두 사람을 영입해 세대와 업종 간 벽을 아우르는 최 회장만의 리더십이 더욱 부각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런 변화는 오래전부터 벤처 기업과 젊은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최 회장의 관심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 2000년대에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재계 2세 경영인들과 의기투합해 '아시아 B2B 비벤처스'라는 컨소시엄을 설립해 벤처투자를 한 적이 있다. 또 2세 경영인들과 벤처기업인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브이소사이어티'도 최 회장이 주도했던 모임이다.

재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의견 조율이 필수적인 상의 내에서 최 회장의 이런 확장성은 큰 장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무역협회장에 단독 추대된 것도 파격적이다.
무역협회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역임한 이후 지금까지 선임된 5명 모두 정부 관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기업인으로서 무협 회장에 추대되는 이유는 지난해 무역업계의 고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를 잘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위상의 기업인이 협회장이 돼야 한다는 회원사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 특히 정부가 이번에는 무협 회장 자리에 정부 쪽 인사를 추천하지 않기로 한 점도 구 회장의 추대에 힘을 실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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