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잖아도 적잖은 국민들이 백신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조사한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45.8%인 반면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45.7%,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5.1%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이런 현실을 감안했을 법하다.
이미 해외에선 올해 95세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부부를 비롯해 이스라엘·터키·체코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자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을 줄이려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자 시절 접종을 마쳤고,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됐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대통령의 백신 접종이 정쟁거리가 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을 콕 찍어 1호 접종자가 돼야 한다는 야권의 주문도 과하지만,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는 여권 일각의 반응은 더 황당하다. 스스로 '방탄정권단'임을 과시하면서 기실은 여권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꼴이어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꼴찌로 오는 26일 백신 접종 스타트라인에 선다. 연말까지 전 국민 접종을 완료해 코로나19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굳이 1호 접종 이벤트를 연출할 필요는 없겠지만, 백신 거부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솔선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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