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韓조선 3사에 '빨대 꽂은' 佛 기업, LNG선 한 척당 100억 챙겨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3 14:26

수정 2021.02.23 16:20

프랑스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
LNG보관용 화물창 핵심기술 특허보유
건조비의 5% 받아, 로열티 규모 연간 4000억 
자체 공인기관도 운영, 인증비도 별도
–163℃ 극저온 화물창 설치 기술 국산화 시급
울산시 주도, 15개 기관, 산업체 한 자리서 MOU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 LNG운반선 건조에 있어 -163℃ 극저온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LNG보관용 화물창'(선박용 화물창) 필수 시설이다. 이 시설의 핵심기술 특허를 가진 프랑스의 한 기업은 국내 조선 3사가 2억 달러 규모의 LNG운반석 한 척을 만들 때마다 약 100억 원을 로열티로 가져간다. /사진=fnDB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 LNG운반선 건조에 있어 -163℃ 극저온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LNG보관용 화물창'(선박용 화물창) 필수 시설이다. 이 시설의 핵심기술 특허를 가진 프랑스의 한 기업은 국내 조선 3사가 2억 달러 규모의 LNG운반석 한 척을 만들 때마다 약 100억 원을 로열티로 가져간다.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한국 조선사들이 LNG운반선을 만들 때마다 한 척당 100억씩의 로열티를 프랑스 기업에 상납해야 하는 냉엄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조선해양도시 울산시가 관련 기술 국산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지난해 조선 3사 36척 수주..약 400억 상납
23일 울산시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LNG운반선 건조에 있어 -163℃ 극저온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LNG보관용 화물창'(선박용 화물창)은 필수 시설이다.
극저온으로 가스를 액화해 부피를 줄이고, 또 운송할 때 온도 상승과 충격으로 기화하거나 폭발하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시설이다.

문제는 이 시설의 핵심기술 특허권을 프랑스의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이 2억 달러 규모의 대형 LNG선을 한 척 건조할 때마다 금액의 5%에 해당하는 우리돈 100억 원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현실과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인 LNG선 발주로 인해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이 수주 가뭄에서 탈피하고 있지만 만들 때마다 GTT에 거액을 상납해야하는 처지다.

조선 3사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14만㎥ 이상) 49척 중 36척(73%)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로열티 규모는 연간 4000억 가량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카타르로부터 한국이 LNG선 100척을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는데 GTT는 이 또한 가만이 앉아 1조1500억 원가량을 받아가게 된다.

■ 실용기술은 국내 조선사 더 발전시켜
지출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울산시 관계자는 “GTT가 특허기술에 대한 공인기관을 자처하면서 프랑스 현지에서의 인증 비용조차도 따로 챙기는 통에 국내 조선사들의 서러움이 크다”며 “다행히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를 제재해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기술 국산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상황은 크게 나아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GTT가 가진 일부 핵심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대용량와 안정화 등의 기술은 국내 조선사들이 발전시켜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 2019년부터 선박용 화물창 즉, ‘LNG 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조용히 기반을 준비해왔다. 여기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위해 2월 중 선박용 화물창 술개발 및 실증 기반구축 과제를 전국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울산시의 노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상황실에서는 LNG운반선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와 관련해 연구와 실증에 참여하는 15개 기관과 기업체가 모여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23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상황실에서는 LNG운반선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와 관련해 연구와 실증에 참여하는 15개 기관과 기업체가 모여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 울산시 앞장 기술 국산화 두 번째 시도
울산에 앞서 국내에서는 한 차례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6년 가스공사와 조선 3사가 개발에 나섰지만 기술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돼 성공을 하지 못했다. 이번 시도는 두 번째가 된다.

신속한 추진을 위해 이날 오후 2시 울산시청 상황실에서는 관련 연구와 실증에 참여하는 15개 기관과 기업체가 모여 상호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울산시는 오는 4월 공모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산업통장자원부와 공동으로 243억 원(국비 160억, 지방비 83억)을 투입 현대중공업 인근인 울산 동구 고늘지구에 실증센터를 건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는 현재의 LNG운반선 시장의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래 에너지인 수소의 유통과 대형 운반선박 건조 등에도 연동 가능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23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 관련 MOU에 참석한 15개 관련 국내 연구 기관과 기업대표들이 협약서 서명 후 상호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23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선박용 화물창 기술 국산화 관련 MOU에 참석한 15개 관련 국내 연구 기관과 기업대표들이 협약서 서명 후 상호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이날 협약에는 울산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울산대학교, 동아대학교, 금오공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KLT(KC LNG TECH), 동성화인텍, 에이딕, 엔나노텍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기관과 기업이 참여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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