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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합격하고도 개업 못해… 입법 공백에 속타는 예비세무사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3 18:22

수정 2021.02.23 18:22

표류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2003년 변호사 세무대리 제한
2008년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입법개선 권고했지만 기한 넘겨
14개월째 입법 안돼 등록 못해
시험 합격하고도 개업 못해… 입법 공백에 속타는 예비세무사
18년째 지속되고 있는 변호사-세무사 두 전문직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700여명 세무사들의 개업이 또 미뤄지게 됐다.

2019년 12월까지 매듭 지어야 했던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가 야당의 반대로 올 2월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세무사들은 세무사법 6조에 따라 등록번호를 부여받아야 세무사로 활동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국회는 3월 임시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까지 입법공백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논의됐지만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세무사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안, 무소속 양정숙 의원안,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안 등 3건이 발의됐지만 이날 논의된 안은 정부안과 유사한 양경숙 의원안이다.
양 의원안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세무사 직무 중 회계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확인 등을 제외하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3개월 이상 실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율사 출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등의 반대로 막혔다.

국회는 3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국회의 관심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입법공백 상태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정상적인 세무사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는 통상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 등록번호를 받아야 활동할 수 있지만, 현재 세무사 등록규정에 관한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세무사회 한 임원은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현재 임시 등록번호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정식 등록번호를 받지 못해 활동에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도 개업을 하지 못하는 세무사들은 적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는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이 당시 여상규 법사위원장 등을 상대로 70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20대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한 것은 해당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세무사와 변호사 간 갈등은 18년 전인 2003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가 제한되면서 촉발됐다. 세무대리 업무에 제동이 걸린 변호사들은 헌밥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말까지 입법 개선을 권고했다. 20대 국회 기재위는 양경숙 의원과 유사한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등을 제외하고 변호사가 세무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11월 통과시켰지만 법사위에서 좌절됐다.

변호사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법사위가 부처 간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변호사와 세무사 업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탓에 결국 헌재가 제시한 입법 개선 기한을 넘겼고 입법공백은 벌써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세무사 최소 합격인원을 630명에서 700명으로 늘린 국세청은 올해에도 합격인원을 700명으로 정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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