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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1.4% 돌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5 04:35

수정 2021.02.25 07:22

[파이낸셜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4일 물가·고용 목표가 충족되기 전에는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4일 물가·고용 목표가 충족되기 전에는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24일(이하 현지시간) 1.4%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채 수익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팬데믹 충격 완화를 위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사상유례 없는 통화·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리플레이션 상황이다.

전세계 국채 매도세
올해 세계 국채 시장은 201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전세계 국채 매도세가 심화됐다면서 시중 금리 기준이 되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4% 선을 뚫었다고 보도했다. 이달초 1.3%가 뚫린지 채 한 달도 안돼 1.4%선까지 뚫렸다.

유럽 국채 역시 이날 대규모 매도세에 직면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 급등은 금융시장의 역학이 확실하게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통화·재정정책 지원 속에 급격한 침체에서 벗어난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백신 본격 접종으로 조만간 강한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한 축이다. 또 이같은 대규모 정책을 위해 각국이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 역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최대 0.09%포인트 상승해 1.4337%까지 뛰었다. 연초 0.9%에서 시작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두 달 만에 1.4%를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만 그런게 아니다.

유럽 국채 기준물인 독일 10년물 국채(분트) 수익률 역시 지난해 12월 마이너스(-)0.62%이던 것이 이날 -0.29%로 치솟았다.

호주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이날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 0.05%포인트 급등한 1.61%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 10년만기 수익률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0.1%를 넘어섰다.

국채 투자수익률, 바닥
국채 가격하락과 이자 지급을 모두 감안한 국채 투자수익률도 바닥을 치고 있다.

전세계 채권 70조달러어치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멀티버스 지수는 지난해말 이후 약 1.9% 하락했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이지수는 이번 분기 중 2018년 중반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마침내 다시 한 번 리플레이션의 길로 접어들었다"면서 "재정·통화정책 당국이 팬데믹 대응을 위해 제공하는 전례없는 규모의 부양책의 결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 등에 따른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책 당국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 경제가 확장과 인플레이션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미니 긴축발작
PGI 고정수익의 선임 펀드매니저 그레고리 피터스는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미니 긴축발작 2.0'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세 여파로 주식 시장은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통화완화(QE)를 통한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해나가겠다는 점을 시사한 뒤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 것을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라고 부른다.

피터스는 국채 수익률 상승이 다른 시장도 겁먹게 만들고 있다면서 주식, 채권 모두 깔끔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채권 시장의 매도세가 지나친 감은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과감히 치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이 2자리 수 진입을 예고하는 가운데 추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예상되고 있고, 여기에 중앙은행은 요지부동인 이런 여건에서는 앞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 지속 예고
강한 경기회복세를 예고하는 경제지표 속에서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 추가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3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이어 24일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증언에서 미 경제가 연준의 고용·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준 의장은 험프리-호킨스 법에 따라 1년에 2차례 상원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미 경제상황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증언한다.


파월 의장은 이번 증언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는한 금리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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