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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합숙 금지에 운동부 ‘편법 합숙’ 논란

잇따르는 논란에 교육부 2004년부터 폐지 권고
성적지상주의 체육계, 무단 합숙 강행 이어져
체육계 성폭력 논란 거치며 규제 강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원룸·수련원 빌려 합숙해
이재영·이다영 등 학교폭력, 이제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배구계를 넘어 야구와 축구 등 체육계 전반으로 학교폭력(학폭)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체육부의 합숙문화가 학폭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상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엄한 규율과 부조리에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합숙을 지양하고 학교 내 운동부를 교외 클럽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공연히 이를 어기는 사례가 빈발한다.

상시합숙 금지에 운동부 ‘편법 합숙’ 논란
/사진=뉴스1

■운동부 편법합숙··· 이대로 괜찮나
25일 체육계에 따르면 일선 중·고교 운동부가 규정을 어기고 합숙훈련을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달 코로나19 집단 확진 사태가 나온 충주상고가 대표적이다.

충주상고 축구부 소속 4명이 확진되며 방역당국에 의해 알려진 합숙실태는 다음과 같다. 충주상고는 40여명 규모 선수단을 운영하는 학교 운동부로, 학교 인근 원룸 9칸을 빌려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재학생 29명과 신입생 18명, 지도자 3명 등 총 50명이었다.

체육계에선 충주상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들이 서울지역 중학교 축구부에 다닌다는 박모씨(40대)는 “단체운동이고, 주전을 나가야 하다 보니 합숙한다는 데 ‘우리 애는 안 돼요’ 할 수가 없다”며 “아내가 코로나에 민감한 편인데 ‘이 시국에 단체훈련이 말이 되냐’고 하는 걸 아이 앞길을 막을 거냐고 먼저 설득을 해야 했다”고 난감해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운동부의 합숙이 금지된 상태지만 기숙사와 원룸을 빌려 진행하는 합숙훈련은 학교 운동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체운동의 특성상 선수단 간의 기강과 협동의식을 합숙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는 명분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합숙훈련을 통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은 합숙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합숙 금지 이후에도 단기 합숙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는 한 일선 학교 운동부 코치는 “현실적으로 같이 살면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면 실력이 빠르게 오른다”며 “효과가 있는데 관리가 안 되는 몇몇 학교에서 터진 (폭력·성폭력) 문제로 합숙을 말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상시합숙 금지에 운동부 ‘편법 합숙’ 논란
체육계에선 학교 밖 클럽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대회에도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유소년 양성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명문구단에 대한 인기가 높다. fnDB

■클럽화 전환이 대안? '갈 길 멀다'
일부에선 돈 문제가 불거지기도 있다. 축구부 합숙이 일부 지도자에게 돈이 된다는 주장이다.

아이가 경기도 한 고등학교 축구부 기숙사에서 합숙하고 있다는 이모씨(50대) 역시 “기숙사 없는 학교 중에선 축구부가 아예 원룸을 빌리고, 그 비용을 학부모들한테 청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무래도 주전에 들어야 하니 학부모들이 돈을 써서 원룸비용보다는 좀 더 (지도자들에게) 드리는 편”이라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성과급 명목으로 학부모로부터 수백만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서울지역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학교 역시 합숙 금지기간 동안 원룸에서 합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부모 중에선 합숙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을 찾아 멀리 아이를 유학 보내는 이들이다.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합숙소를 폐지하고 관할 외 지역으로 학교 입학을 제한하는 방침을 시행했지만 위장 전입 등을 마다 않고 명문학교로 아이를 보내는 사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와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탓에 합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육계에선 클럽화로의 빠른 전환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교 후 외부 운동클럽에서 운동을 하도록 하고, 이들 클럽 중 명문화된 곳에서 선진적인 교육을 경험하도록 하는 게 학생과 체육계 모두에게 바람직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명문 중·고등학교의 아성을 위협하는 클럽이 많지 않아 학부모들마저 명문교 진학을 바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학교폭력과 성폭력 등 체육계 부조리 중 상당수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 미투 폭로를 야기한 이재영, 이다영 자매부터 이후 폭로된 사건 상당수가 합숙소에서 벌어진 폭력 행위로 알려져 있다.

운동부 선수 학교별 합숙경험 조사
(%)
합숙경험 응답 비율
초등학생 17.4
중학생 47.1
고등학생 64.3
(국가인권위회)

운동부 선수 및 일반학생 학교폭력 경험 비율
(%)
운동부 학생 일반 학생
성폭력 3.8 0.1
신체폭력 14.7 0.2
언어폭력 15.7 0.8
(국가인권위원회)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