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학폭 미투' 일반인의 과거 피해 기억까지 소환
배구계에서 시작된 이른바 '학폭 미투' 논란이 확산되면서 학교폭력 관련 상담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2월28일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에 따르면 '학폭 미투' 이후 과거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 문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유명인들의 학폭 논란을 보면서 자신의 피해 사실이 떠올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특히 유년기·청소년기에 겪은 피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자의 삶까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가해자는 장난으로 저지를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고통으로 남는 사례가 많다"라며 "피해자는 학폭으로 인해 큰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상담문의는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 사실 관련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탓에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증언이 사실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10여 년이 지난 이후 신고하다 보니 증거가 보존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인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10여 년 전에 일어난 학교폭력에 대해 처벌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상으로도 폭행·모욕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해도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료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범죄는 소년법을 적용받지 않나"면서 "피해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청소년기에 저지른 범죄를 성인이 된 이후 처벌받는다고 하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대다수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은 현재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교폭력 '화해 클리닉'의 성인 모델을 개발 중이다. 가해자에게 화해 클리닉에 참여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지 않고, 피해자 입장에선 일방적 사과 요구가 아닌 '상호 간' 회복 기회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유명인들의 학폭 논란이 회자되면서 과거 자신의 피해 사실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라며 "학폭 미투가 이어지는 한 상담문의도 한동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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