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6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엘리트 군인들로 구성된 사우디 신속대응팀, 이른바 '타이거 스쿼드'와 사우디 전 총정보국(GI) 부국장에 제재 조처를 내렸다.
이날 미 국가정보국(ODNI)이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종승인으로 사우디 정보부와 타이거 스쿼드가 살해했다는 보고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그러나 미국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외교적으로 양국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는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우디 고위 지도부 인사들도 제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이날 제재 대상에서는 왕세자를 제외했다.
이날 제재로 제재대상 인물들의 해외 자산은 동결됏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자말 카슈끄지 살해라는 극도로 혐오스러운 행위와 연관된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재무부는 사우디 신속대응팀, 또 카슈끄지 살해와 직접 연관된 사우디 고위 관계자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미국은 언론인과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폭력, 위협 반대를 지지한다"면서 "미국은 자유사회의 기초인 언론의 자유를 계속해서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기밀해제된 ODNI 문서에 따르면 사우디 신속대응팀은 카슈끄지 살해를 실행했다.
ODNI는 보고서에서 "사우디 왕실근위대 산하의 신속대응팀은 왕세자를 경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오직 왕세자의 지시만을 따른다"면서 "초기에 왕세자의 지시에 따라 사우디 왕국내와 해외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하는 작전들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신속대응팀 대원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의 승인 없이는 카슈끄지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이 이날 대규모 제재를 가하면서도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외한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관계자 2명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았으며 이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실제 검토할 옵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왕세자를 제재할 경우 사안이 '지나치게 복잡'해 질 수 있고, 사우디내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위협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부에 무함마드 왕세자를 겨냥한 제재 옵션을 검토할 것을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 국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앞서 바이든은 2019년 11월 사우디에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사우디 고위 관계자들을 제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카슈끄지는 2018년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대사관에 들어가는 것은 폐쇄회로를 통해 확인됐지만 이후 나오는 모습은 없었다. 정보기관들은 카슈끄지가 대사관에서 살해된 뒤 토막난 것으로 판단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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