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먹구구 운영 입주자대표회의, 지자체 개입 요구 일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1 08:03

수정 2021.03.05 12:13

최근 의정부 S아파트 관리업체 과태료 고지
입주자 대표회의 문제 그대로 드러내 주목
유사사례 각지에서 반복돼··· 연간 수백건
지자체 과태료 처분 넘어 적극 개입 요구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공동주택 관리 등 입주자 편의를 위해 봉사해야 할 대표회의의 비위가 거듭되고 있다. 매년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가 횡령과 배임 등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사례가 수백 건씩 쏟아지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일부 입주자가 문제를 발견해도 공론화는 쉽지 않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지자체 감사를 거쳐 직접 고소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입주자가 지는 게 대부분이다.

의정부에 위치한 S아파트 관리업체가 의정부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fnDB
의정부에 위치한 S아파트 관리업체가 의정부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fnDB

■'관리비는 쌈짓돈?' 위법 만연 입주자대표회의

1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의정부시 S아파트 관리업체에 과태료 200만원 부과를 사전 고지했다.

아파트 관리사업을 수행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해당 업체와 관련해 제기된 다수 민원 가운데 경비와 청소 용역 입찰과정의 불법사항을 지적했다. 부적합한 자료를 제출해 평가에서 배제해야 하는 업체를 배제하지 않고 입찰해 부적합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를 요구한 민원인은 “(동대표회장이) 특정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평가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했다”며 “세부평가표는 육안으로 보아도 전 관리소장의 필적으로 평가위원들의 평가점수가 거의 같고 대동소이해 조작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관련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도 조작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이 시에 제출한 사업자 선정 적격심사위원 명단과 서명 사본 등과 달리 일부 동대표들은 적격심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의정부시 과태료는 불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업체선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어서 나온 것"이라며 "동대표회장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해 평가표를 조작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이 관심을 모으는 건 속출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비리사건의 전형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 있다. 아파트 관리비로 발주하는 수억대 사업을 특정업체에 밀어주기 하고, 그 과정에서 적격심사를 조작하며, 회의록을 동대표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의 내용이 모두 그렇다.

일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가 이 같은 문제에 저항하려 해도 방법이 마땅찮다.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해 감사가 이뤄지더라도 수백만원 수준의 과태료 처분으로 종결되기 십상이다. 결국 지자체 감사를 거쳐 그 결과를 근거로 수사기관에 고소를 해야만 입주자대표회의의 불법을 파악해 책임을 물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1년을 넘기는 경우도 많은데,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을 경우 증거를 인멸하고 수익금을 빼돌리기 충분한 시간이란 평가가 많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놔 관심이 모인다. fnDB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놔 관심이 모인다. fnDB

■지자체, 감사 선임·수사의뢰 등 적극 나서야
이에 대해 지자체가 감사와 함께 선제적으로 수사의뢰와 고발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비판이 쇄도하지만 대부분은 개별 아파트 민원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서울이나 부산에선 그나마 어쩌다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여력이 부족한 곳은 법률대응을 일일이 하기가 어려워 과태료 처분으로 끝내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도 어려운데 입주자가 몇 개월씩 결과를 기다려서 그걸 가지고 다시 고발하고 하는 게 쉽지 않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아파트 감사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지자체가 지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은 속출하는 아파트 배임·횡령에 대응해 지자체가 감사를 선임해 실효성 있게 내부 회계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자체장이 일정 금액 이상의 외주 계약에 대해 입주자등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계약의 적정성을 즉각 조사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가 행정적 판단만 하는 현행 체제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