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대화방 초대해 욕설 퍼붓고
무선데이터 갈취 등 괴롭힘 진화
사이버모욕죄 등 처벌규정 필요
무선데이터 갈취 등 괴롭힘 진화
사이버모욕죄 등 처벌규정 필요
#2. 어느 날 B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안티카페가 개설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는 B에 대한 욕을 하는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유명 스포츠스타와 연예인의 학교폭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감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 당국 등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에 '비대면 학교폭력' 급증
2월28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2020년 학교폭력 유형 중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각각 26.0%, 12.3%를 차지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조사보다 2.8%포인트, 3.4%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학교폭력'으로 흔히 떠올리는 신체폭력이나 금품갈취는 각각 7.9%, 5.4%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줄어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 카카오톡을 이용한 왕따 '카따', 피해학생의 무선데이터를 갈취하는 '카카오톡 셔틀' 등 학내 사이버폭력 양상도 세분화되고 있다.
교육부 측은 해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학교폭력의 방식이 세분화되고 피해도 늘고 있지만, 대응은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개정을 통해 '사이버 따돌림'을 학교폭력의 일종으로 정의했지만, 변종 폭력이 늘어난데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해 학생의 처벌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승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사이버폭력은 명확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행위 파악 자체가 어려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선도조치를 받는 사례도 많지 않다"며 "학교폭력예방법상 사이버따돌림을 '사이버폭력' 개념으로 변경하고,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육부·경찰 "대책 마련"
교육부와 경찰은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줄어 비대면 학교폭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대책을 수립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이버폭력을 따로 분리해 진행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교육을 강화하는 등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도 교육부와 함께 비대면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마련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비대면 범죄 예방 표준안'을 마련, 관계 기관과 협력해 상담 및 관련 대책을 교육할 예정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비대면 학교폭력 예방도 비중있게 마련했다"며 "학교폭력 발생시 학교와 긴밀하게 협의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겠다"고 강조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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