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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날씨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8 18:00

수정 2021.02.28 18:02

[차관칼럼]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날씨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어섰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변화는 물론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른 불안을 견뎌내야만 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재택근무, 비대면 서비스, 디지털 사회·경제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아이디어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논의 중이던 많은 아이템이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 전체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에 산업구조, 유통시장 등의 플랫폼이 변화하고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실험적인 미래 과학기술이 산업에 직접 적용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4차 산업혁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DNA(DATA(데이터), Network(네트워크), AI(인공지능))를 핵심 열쇠로 언급했다.
또한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기상과 관련된 자율주행, 비대면 교육, AI기술, 실감형 콘텐츠 등이 포함된 코로나 이후 중점 유망기술을 제시했다.

기상청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미래형 기상산업으로 대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제3차 기상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드론, 사물인터넷(IoT),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고해상도 기상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보존할 계획이다. 특히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른 분야의 정보와 융합분석·가공한 결과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그 첫걸음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과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배달라이더 등을 위한 맞춤형 융합기상서비스 개발을 지원한다. 기상청은 기상정보와 외식업 주문·매출 데이터를 융합 분석해 소상공인 대상 기상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위치한 중식업체의 지난해 10월까지 주문·매출 데이터와 기상정보를 함께 분석한 결과 비가 내리는 날에 주문량이 약 10% 증가하고, 짬뽕 주문이 약 40%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를 가게 경영에 활용하면 날씨예보에 따라 선호하는 요리의 재료를 미리 구입해 준비하고 배달소요시간의 사전 공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배달사업과 배달라이더는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 13만명을 넘어섰다. 배달 증가량이 늘어난 만큼 배달라이더의 폭설, 폭우, 폭염, 결빙 등 위험기상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배달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AI를 활용한 맞춤형 예보 또는 신규 기상데이터를 활용한 상세한 관측정보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비나 눈 등 위험기상이 예상될 경우 배달주문 증가에 대비해 사전에 라이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아울러 라이더가 노면상태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장비를 갖추게 한다면 배달라이더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빠르게 불어오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기상청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다만 이 빠른 속도와 더불어 명확한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기상청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사회가 되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융합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미래형 맞춤형 기상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상산업계가 미래형 기술을 기상정보와 접목해 안전망 확충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한다면 코로나19 및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상생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에 부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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