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K팝 스타 시켜줄게"… 외국인 대상 '비자 호객' 연예기획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1 08:30

수정 2021.04.07 17:55

SNS 통해 에이전시라며 접근
경력없는 연예인 지망생에게
비자발급 미끼로 수수료 요구
정부 "E-16 비자 심사 강화"
코로나19 지속으로 각종 행사나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는 가운데 K팝 스타를 꿈꾸는 외국인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비자 판매 행각이 줄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급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E-6비자(예술흥행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입국자는 179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5436명) 대비 약 70% 가량 줄었다.

이에 기획사(에이전시)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모델이 되고 싶냐"며 접근, 사실상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비자 발급에 활동 경력 필요하지만

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E-6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외국인의 예술 관련 활동 또는 경력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기획사들은 해당 외국인의 경력을 '예술활동(준비)'로 표기해 갈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 거주중인 프랑스 여성 A씨는 최근 SNS를 통해 국내 한 기획사로부터 모델 업무를 제안받았다. 해당 기획사는 예술 관련 전문 경력이 전혀 없는 A씨에게 "비자 스폰서가 되어 주겠다"며 비자 발급 서류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2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사정이 어떤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기획사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SNS를 통해 계약하는 방식이 믿을만한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슬로바키아 국적 여성 B씨도 지난달 한 기획사로부터 "1500유로(약 204만원)을 지불하면 비자 등 모든 것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B씨는 "이들 기획사가 SNS를 통해 한국 현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것 같다"며 "놀랍게도 한국에서 모델 일자리를 구하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페이스북 그룹에 이 같은 구인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 기획사는 비자 발급 관련 부처의 추천 기간이 최대 1년임에도 '1년 3개월' 계약을 제시했다. 기획사와 계약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비자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드는 구조다.

지난 2014년부터 한국서 예술 활동을 하는 외국인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 주재 외국 장기 체류 엔터테이너(Expat Entertainer ROK)'를 운영 중인 켈리 프랜시스 공동대표는 E-6비자 발급 과정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E-6 비자 발급에 기획사들이 제출하는 서류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실제 E-6비자를 요청하는 이들 대부분 예술인 경력이 없다. 비자 발급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이들은 아마 2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규제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며 "결국 피해는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입국하는 외국인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E-6비자 심사 강화

이처럼 정부가 E-6 비자 발급에 면밀한 검토 과정을 놓치는 사이 외국인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기획사들은 경력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전문인 비자 발급을 미끼로 대행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이 대행 수수료는 50만~15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이마저도 올라 "200만원을 요구받았다"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E-6 비자 심사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비롯해 법무부, 외교부까지 여러 행정기관을 거쳐 진행된다. E-6 비자 발급 허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체부, 방통위, 영등위가 먼저 기획사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검토한 뒤 법무부에 고용 추천을 하면, 법무부가 해당 외국인과 기획사에 대해 결격사유 조회와 활동 분야에 대한 심사 후 허가를 내린다. 이후 법무부의 허가 여부에 따라 외교부는 해당 비자 발급에 대한 심사를 거쳐 결과를 법무부로 다시 넘기게 된다.


정부는 E-6비자 심사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 2일부터 E-6 비자 서류에 기획사의 세금 체납여부 등을 확인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또 2일부터는 외국인의 비자 발급·연장을 빌미로 여권을 압수하거나 협박하는 등 불공정 계약에 따른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기획사 측의 서약서까지 제출토록 했다.


이에 대해 프랜시스 공동대표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도 비자 판매 수익에 혈안된 기획사들에 대해서 인지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며 "앞으로 E-6 비자 심사가 강화된다고 하지만 영향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