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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ESG 확산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2 18:03

수정 2021.03.02 21:42

[fn시평] ESG 확산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ESG가 핵심 이슈로 대두되면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환경(E)과 더불어 사회(S), 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가 강조되니 기업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질 법도 하다. '기업은 주주의 이윤을 추구한다'는 명제가 흔들리고 대신 협력업체, 근로자, 고객, 사회 등 이해관계자 이익 추구의 가중치가 커지는 모습도 일부 나타난다. 그렇지만 최근 ESG 표준화 관련 논의와 전개 방향을 살펴보면 ESG 확산이 기업 본질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기보다는 주주자본주의 기반 위에 이해관계자 요소가 추가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ESG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지침 내지 가이드가 뚜렷하지 않다는 어려움이 지적돼 왔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주요국 기업들의 ESG 수준을 평가하는 수백개 기관의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무엇을 표준으로 자료를 작성할 것인가가 문제시됐다.
서로 다른 잣대로 잰 결과를 가지고 동일기업 혹은 기업 간 ESG 성과를 비교하고 분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5개 평가기관이 공동의 표준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기업의 재무현황을 알고 싶으면 재무제표를 열어보고 운영성과가 궁금하면 손익계산서를 뒤지듯이 기업의 비재무지표에도 표준 세트를 정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초기 후속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GRI와 SASB는 공동으로 표준 제정작업을 하기 위해 협업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SASB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SB)와 공동으로 기후변화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TCFD)의 권고안에 관한 실행가이드 및 사례집 핸드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갈 길이 멀겠지만 이러한 흐름이 SASB와 TCFD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리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지난해 초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SASB, TCFD 두 기준의 권고사항에 따른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영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공기업들의 경우 2019년 CSR리포트 작성에서 GRI를 기준으로 한 기업이 절대다수였으나 2020년에는 SASB와 TCFD를 표준으로 한 곳이 뚜렷이 늘어났다.

그간 지속가능보고서는 GRI 기준을 기반으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경제, 사회, 환경 활동을 전반적으로 다뤘다. GRI의 경우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보공개 기준을 광범위하고 방대하게 담고 있다. GRI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려 한 반면에 SASB와 TCFD는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ESG의 위험과 기회요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 가운데 SASB는 산업별로 중요성이 높은 이슈를 강조한다. 예컨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온실가스나 에너지 관리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SASB와 TCFD를 주도하는 주요 주체는 ESG 평가의 최대 수요자인 투자사 등 금융기관이다. 다시 말하면 SASB나 TCFD로의 표준화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ESG에 관심이 큰 잠재적 고객의 중심축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는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추구한다.
결국 ESG의 강화를 기업 본질의 근본적 변화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신민영 SMB투자파트너스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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