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단독] 신형 경찰 순찰차 시동 불량 논란…출동 때마다 '위태위태'

뉴스1

입력 2021.03.04 11:12

수정 2021.03.04 11:50

쏘나타 DN8 순찰차.(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2021.3.3/© 뉴스1 조준영 기자
쏘나타 DN8 순찰차.(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2021.3.3/© 뉴스1 조준영 기자


현대자동차 CI © News1 DB
현대자동차 CI © News1 DB

(청주·서울=뉴스1) 조준영 기자,이승환 기자 = "긴급 상황 때 시동이 안 걸릴까 겁나네요."

순찰차 '시동 불량' 논란이 경찰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치안현장에 보급된 신형 순찰차인 현대자동차 쏘나타(DN8) 차종에서 정차 후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충북에서는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아 운행을 못 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시동 불량 현상이 공론화된 계기는 경찰 내부망에 글이 게시되면서다.

최근 전국 경찰관이 모여 담론을 나누는 현장활력소 게시판에는 '최근 배정받은 순찰차 안녕한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지난해 9월 초 배정받아 운행해 오던 쏘나타 순찰차에서 시동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문제가 생긴 차는 엔진·동력전달 주요 부품 이상으로 수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이 올라오자 신형 순찰차를 향한 불만이 전국 치안 현장에서 잇따랐다. 면밀히 살펴보면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정차 후 출발 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다.

신형 순찰차인 쏘나타(DN8) 차종에는 ISG(스톱앤고) 옵션이 탑재돼 있다.

신호대기 등 정차 시 제동장치 페달을 밟고 있으면 엔진 회전을 멈췄다가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기능이다. 연비 향상을 목적으로 적용된 옵션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스톱앤고 기능 탓에 정차 후 재출발 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댓글을 통해 "스톱앤고 기능을 사용하면 정차 후 출발 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신호대기 중 (스톱앤고) 기능을 안 끄면 시동이 꺼진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충북도내 한 지구대 경찰관은 "우리 순찰차도 (배차를)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면서 "(점검 결과) 전자장치 센서가 서로 충돌을 일으켜 주차 상태를 위험 상태로 인지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경찰청에서는 신형 순찰차 고장률을 전수 조사해 향후 대책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동 불량 이슈를 촉발한 게시글과 관련해 현대차 측은 차의 자체 결함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른 문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취재진 질의 2주 만에 내놓은 답변을 통해 "고장이 나 교환한 부품을 확인해보니 안에 쇳가루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게 원인이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순찰차는) 이미 엔진오일을 세 번이나 갈았던 차량이라고 들었다. 사실 엔진오일을 갈 때 보면 이물질 같은 게 들어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워낙 정비소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물질들이 많으니까 그래서 들어가지 않았나 추측만 하고 있다"고 했다.

정차 후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ISG(스톱앤고) 문제가 있어 1·2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면서 "재발은 없는 상황이고, 향후 같은 문제가 나온다면 합동조사 등 최대한 신속하게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조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는 쏘나타 엔진에 장착된 ISG라는 친환경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데 원인이 있다"며 "제조사인 현대차 측에 요구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 측과 ISG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쏘나타(DN8) 차종은 2019년부터 경찰에 보급된 최신형 순찰차다.

충북에서만 모두 70대가 운용 중이다.
도내 전체 순찰차(204대) 중 34.3%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경찰청도 쏘나타(DN8) 차종이 배치된 일선 경찰서에 ISG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권고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차량에 대해 업그레이드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다만 긴급차량이고 문제도 언제 발생할지 몰라 일선 경찰서에 쏘나타(DN8) 차종 전체 업그레이드를 권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