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과 안 된 '환자보호 3법'에 여론은 '부글부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4 15:50

수정 2021.03.04 15:50

의사면허 규제강화 3월 법사위 재논의
수술실CCTV 등은 보건복지위 논의
지지 여론 거세지만 국회는 소극
1인시위 현장엔 응원물결 쇄도
[파이낸셜뉴스] #. 10여 년 전 가슴 통증으로 서울 한 종합병원을 찾은 이모씨(당시 20대)는 당시 겪은 일로 아직까지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이씨의 가슴에서 1cm를 조금 넘는 종양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 수술이 사전 예고 없이 수련의 십 수 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우루루 수련생 열댓 명이 들어오는 걸 봤지만 전신마취를 해서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는데 왜 전신마취를 했었느냐”는 물음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 2019년 4월 서울 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으로 근무하던 A씨가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환자의 민감한 부위를 거듭 만지다 징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A씨는 당시 선배 의사의 제지에도 반복적으로 추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징계위 보고서엔 A씨가 “좀 더 만지고 싶어 여기(수술실에) 서 있겠다” “처녀막도 볼 수 있나요” “(절제한) 자궁을 먹어봐도 되나요” 등의 발언이 들어 있어 충격을 더했다.

당초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렸던 서울 아산병원은 사건이 논란이 되자 A씨의 수련을 취소했다. 하지만 병원은 A씨에 대한 형사고발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인 A씨에게 이 같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은 알 도리가 없다.

환자보호 3법이 21대 국회 출범 이후 반 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대리수술과 성범죄 등 일부 의료진의 일탈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술실CCTV 법제화 등 환자보호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시위 현장엔 매일 전국에서 응원하는 이들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성범죄 등 의사들의 범죄행위가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fnDB
성범죄 등 의사들의 범죄행위가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fnDB

■3월 국회 재논의 앞둔 면허규제 강화
4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보호 3법이 3월 국회에서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의료계에서 코로나19 진료와 백신접종 문제까지 들고 나오며 반발한 의료진 면허 규제 강화 법안을 필두로, 수술실CCTV 법제화와 의료인 행정처분 이력 공개 법안까지 논의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의료진 면허 규제 논란은 지난 2014년 고 신해철씨 사망 사건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집도의이자 원장인 강모씨는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가 인정됐지만 금고형의 집행유예 판결만 받았다. 강씨가 집도한 수술로 확인된 것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상해를 입었지만 의사면허엔 문제가 없었다.

2000년 한나라당 주도로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의료인 역시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선진국은 물론 국내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규제수준을 되돌리자는 것으로,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고 소송 중이라는 김모씨(40대)는 "사고가 나고 나서 보니 우리집은 완전히 삶이 파괴됐는데 병원은 아무렇지 않게 영업을 하더라"라며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은 병원이 먼저 유족한테 '법대로 하자'고 하는데, 처벌이 너무 약해서가 아닌가"하고 비판했다.

현직 대학병원 간호사 강모씨(30대·여) 역시 "병원도 의사와 간호사도 환자에게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사실을 감추고 진료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사실에 동료들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자식을 잃은 이나금씨가 국회 앞에서 수술실CCTV 설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자식을 잃은 이나금씨가 국회 앞에서 수술실CCTV 설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국회 저항 거센 수술실CCTV 법제화
수술실CCTV 법제화는 환자보호 3법 중에서도 국회 내 반대가 큰 법안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조차 절충안이라며 ‘자율설치’안을 내놨고, 의료계에선 의료진에게 정서적 압박감을 주고 방어적 진료를 하게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상당수조차 이에 공감하며 ‘수술실 내 자율설치, 수술실 밖 설치 의무화’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6년 아들인 권대희씨를 공장식 대리수술로 잃고 수술실CCTV 법제화를 공론화시켜온 이나금씨는 “수술실 밖 CCTV는 수술실CCTV가 아니다”라며 1주일 째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한다는 보도가 나간 뒤 전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응원을 해주고 있다”며 “환자들이 마취된 뒤 당해서는 안 되는 범죄로 고통 받는 사례가 너무 많이 나왔는데 국회가 꼭 관심을 갖고 입법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18년 직업별 범죄수
(건)
살인 강도 성폭력 절도 기타 범죄 합산
의사 2 0 163 46 6169
외판원 2 4 99 208 5279
종교인 4 3 137 175 5260
유흥업 1 5 83 218 4466
(대검찰청)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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