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기업가치 모호한 스팩, 붐 오래 못간다" 거품 경고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8 17:42

수정 2021.03.08 18:22

우려 쏟아지는 스팩시장, 그 중심엔 미래산업 기업
승승장구하던 디파이언스 ETF
장중 6% 폭락… 출시 후 최대폭
퀀텀스케이프 시총 3분의 1토막
전기차·자율주행·우주탐험 테마
불확실성 큰데 지나치게 고평가
"기업가치 모호한 스팩, 붐 오래 못간다" 거품 경고음
월가에서 시작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이 전세계 증시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지수가 2주만에 급락했다. 스팩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팩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디파이언스 차세대 SPAC 파생 ETF(SPAK)'는 지난 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장중 6% 넘게 폭락했다. 지난주 주간 하락폭은 관련 상품이 출시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스팩은 일정 기간(2~3년) 안에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다. 인수 대상이 확보되기 전에 투자자를 공개 모집한 뒤 일단 상장부터 한다.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비상장사를 물색해 인수·합병(M&A)한다. 기업공개(IPO)처럼 복잡한 절차 없이 손쉽게 비상장 우량기업을 상장기업으로 만들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얻는 식이다. 스팩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상장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급부상했다. 빌 애크먼, 칼 아이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스팩 투자에 뛰어들었고 개인 투자자들도 낮은 위험으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동참했다.

지난해 미 증시 스팩 상장 건수는 228건으로 전체 신규 상장 건수(450건)의 절반이 넘었다. 공모 금액도 77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같은 인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벌써 175개 스팩이 등장해 560억달러를 모았다.

홍콩거래소와 런던거래소, 싱가포르거래소 등도 새로운 방식의 자금조달 창구로 스팩 제도 허용을 검토하면서 스팩 광풍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스팩 M&A 주력 대상인 전기차, 자율주행차, 우주탐험 등 미래산업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대평가됐고 불확실성도 크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전기차업체인 루시드모터스와 나스닥 상장 스팩인 처칠캐피탈IV의 합병이 이같은 거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처칠캐피탈IV 주가는 합병 발표 직전까지 500% 급등했다가 발표 당일 40% 추락했다. 아직 차도 만들지 않은 스타트업의 시가총액이 포드자동차보다 높은 540억달러로 알려지자 거품 논란이 번지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스팩을 통해 상장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퀀텀스케이프 역시'2027년까지 운영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지난해 12월 450억달러에 달했던 시총규모가 최근 72% 쪼그라들었다.


스팩 거품 및 부실상장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의 데이비드 쉬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스팩 시장에 일부 거품이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 스팩 시장의 과도함이 투자자들에게 실패를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 역시 "스팩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기업가치가 모호한 회사에 대한 상장 붐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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