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4년전 잃은 의붓언니, 엄마가 기억할때 찾았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8 18:46

수정 2021.03.09 10:28

내발산 ‘사랑의집’ 맡겨진 강미정씨
1년뒤 행방 묘연… 당시 장성미로 불려
강미정씨(47·당시 3세)는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맡겨졌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시설에 맡겨질 당시에는 줄무늬 티셔츠, 멜빵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강미정씨(47·당시 3세)는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맡겨졌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시설에 맡겨질 당시에는 줄무늬 티셔츠, 멜빵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엄마가 언니를 기억하고 있을 때 찾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박해란씨(43)는 의붓언니를 어머니 황의숙씨(69)가 간절히 찾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44년 전 헤어진 딸에 대한 기억만은 아직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8일 경찰청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따르면 강미정씨(47·당시 3세)는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맡겨졌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황씨는 20대 초반 경남 남해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이곳에서 딸 미정양을 낳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황씨는 서울에서 일을 하며 홀로 딸을 키웠다.

그러던 중 강씨 친부가 찾아와 이혼을 요구하며 딸을 데려갔다. 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몇 달 뒤 시댁으로 찾아간 황씨는 인근 개울에서 딸 강씨를 발견했다. 처참한 모습에 황씨는 바로 딸을 서울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삶과 육아를 함께 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황씨는 1년 뒤 딸을 다시 데려갈 마음으로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사랑의집'이라는 시설에 강씨를 맡겼다. 강씨는 사랑의집에 맡겨진 뒤 '장성미'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황씨는 기억한다.

이후 두 차례 사랑의집을 찾았던 황씨는 1년 뒤 다시 시설을 방문했으나, 그곳에 딸아이는 없었다. 딸아이를 키워주겠다던 장모 목사는 아내만 남긴 채 행방이 묘연했고, 시설에서는 '강씨가 퇴소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딸을 잃은 황망함도 잠시, 황씨는 새 남편도 일찍 세상을 뜨자 생계에 전념하느라 딸을 찾아 나서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2012년 TV에서 장 목사의 아동학대와 부정수급 등 실상이 공개됐다. 충격을 받은 황씨는 그해 쓰러졌다.


박씨는 "어머니 대신 의붓언니를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어머니는) 사랑의집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잠시 맡겼던 건데, 죄책감이 크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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