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카오스 유통]②'이베이코리아' 품는 자 누구냐 따라 판도 요동

뉴스1

입력 2021.03.09 06:50

수정 2021.03.09 09:48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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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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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에 이어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티몬도 국내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했고 홈플러스 매각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상장 이후 쿠팡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유통업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 또한 큰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에 직면한 국내 유통업계의 오늘과 미래를 분석했다.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국내 이(e)커머스 시장 판도 변화를 가져올 큰 판이 벌어졌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과연 누가 이커머스 공룡을 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의 거래액은 20조원 수준으로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업체는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빅3'로 도약하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나 쿠팡이 인수하게 된다면 압도적 1위 업체로 등극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단 이베이코리아의 희망 매각가 5조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들이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경쟁업체가 인수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방정식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 '초격차' 1위 탄생 or 막강한 3위 업체 등장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예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는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자로는 롯데와 신세계,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모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거래액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은 12%대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 3위를 기록했다. 롯데온(4%)과 쓱닷컴(3%)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결국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이커머스업계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만약 네이버가 인수한다면 시장점유율을 29%까지 끌어올리며 2위 쿠팡과 점유율 격차를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쿠팡의 행보다.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4조원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점유율을 25%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네이버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하게 된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등과 협업을 통해 미래 이커머스 시장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조원이 투자된 쿠팡의 물류 시스템과 이베이코라아의 플랫폼이 더해질 경우 막강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은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 아마존의 성장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승자독식'이다. 이 전략을 실천하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만큼 매력적인 방법인 찾기 어렵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되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라며 "쿠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26%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전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신 자체 물류센터 확장에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 5조원이면 현재 70% 수준인 로켓배송 생활권을 전국으로 확대하기에 충분한 자금이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정공법을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SG닷컴도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 4조원대로 시장점유율은 3%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거래액은 24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은 15%로 높아진다.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SG닷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인수한 SK와이번스 야구단의 이름을 'SSG 랜더스'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SG닷컴을 신세계 그룹의 미래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5조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감안할 때 오너의 결단이 없이는 인수가 불가능하다.

롯데그룹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2년간 준비 끝에 자체 이커머스 롯데온(ON)을 선보였지만 초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은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점유율 5%로 추정되는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17%로 끌어올려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쿠팡과 11번가를 넘어서 확실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롯데 역시 신동빈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신세계와 롯데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강자의 경우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자체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온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인수하긴 부담스럽고 남 주긴 아깝고"…'눈치싸움' 치열

최근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카카오도 후보로 거론된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기능을 기반으로 카카오커머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 선물하기 매출은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이커머스업계와 비교하면 매출 순위로는 SSG닷컴에 이어 6위, 시장점유율은 약 2.3%에 이른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14.3%까지 끌어올리게 되고 쿠팡을 제치고 2위에 등극하게 된다. IT업계 최대 맞수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정면대결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 우위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 굳히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업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 GS리테일 등도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인수 의향이 전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업체가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고려할 때 5조원의 매각가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업체들은 모두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5조원을 기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5조원을 투자해 물류센터와 쇼핑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한 인수를 결정할 경우 직원 고용보장 등의 본 사업이 아닌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인수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시장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매력적인 매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높은 매각가가 거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각사마다 인수하지 못할 경우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인수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베이의 몸값 역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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