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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中 스마트폰 업계, 반도체 투자로 '돌파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9 16:05

수정 2021.03.09 16:05

- 올해 1월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오포, 2018년 이후 지속적 투자
- 샤오미, 비보도 반도체 업체에 출자....中 양회서 반도에 집중 육성해야
반도체 이미지 사진. 바이두뉴스 캡쳐
반도체 이미지 사진. 바이두뉴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반도체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까지 가속화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위기가 고조된 중국 업계의 반도체 수입은 대폭 늘었고 중국 정부는 향후 미래 먹거리의 핵심 분야로 반도체를 지목했다.

9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선전시 웨이자오반도체는 새로운 주주에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 오포를 추가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웨이자오반도체는 2012년 12월 자본금 1986억위안으로 설립됐다. 반도체 제품, 집적회로, 전자제품 디자인, 기술개발과 판매 등이 경영 범위다.
주요 제품은 3세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질화갈륨 칩, 전원충전기용 고출력 모스펫 등이다. 지난해 출하량이 10억대를 넘어섰으며 파워칩 분야에선 수입 대체 역할을 하고 있다.

오포는 올해 1월 화웨이를 제치고 처음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기업이다.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한다. 오포의 웨이자오반도체 지분 확보는 스마트폰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산업사슬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중국 매체는 풀이했다.

중국증권보는 오포가 2018년부터 반도체 투자를 가속화했다고 보도했다. 오포는 계열사인 상하이 진성통신를 통해 직접회로 칩 설계로 경영 범위를 확대했고 작년 2월엔 반도체분야 진출 계획을 제안한 뒤 반도체 투자펀드, 반도체 기업 창징과학기술에 투자했다.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비보, 샤오미 등은 반도체 제조업체 게인텍의 지분을 1년 동안 꾸준히 사들이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엔 오포와 샤오미 등이 반도체 분야 기업 장쑤창징과기유한공사에 공동 투자했다. 오포는 작년 11월에도 리튬배터리 관련 충전 관리 등을 하는 반도체 기업에 출자했다.

오포 창립자 다이웨이는 지난 2019년 12월 “향후 3년 동안 오포 연구개발비로 500억위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8월에는 자본금 5000만위안을 들여 반도체 부품 등 개발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직접 반도체 투자에 나선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제재가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국 정부 당국도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기업이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관세 당국인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 중국이 올해 1∼2월 수입한 반도체 소자가 총 964억 개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1년 동기 대비 반도체 수입 증가율은 최근 6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올해 1∼2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2개월 전인 작년 11∼12월의 1083만 개에 비교해서는 11% 줄었다.

한편 중국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로 떠오른 3세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왔다.

왕웬인 정협 위원은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개발 계획과 2035년 중장기 비전을 확정하는 중요한 발전 방향으로 3세대 반도체를 꼽으며 충분한 지원을 촉구했다.

3세대 반도체는 탄화규소와 질화갈륨로 만드는 반도체다. 높은 수준의 내열성과 주파수 등을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5G 기지국, 인공지능, 산업인터넷, 신에너지 충전기, 특고압, 도시간 고속철도 등 신 사회간접자본(5G) 분야에 폭넓게 사용된다.

중국 관련 기관들은 향후 10년간 3세대 반도체 매출액이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2029년에는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왕 위원은 시장에 집중해 관련 업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3세대 반도체 시장은 유럽, 미국, 일본 제조업체가 일찌감치 시작해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화부장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국 제조업의 높은 질적 발전 차원에서 신흥 전략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5G)을 대표적인 분야로 제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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