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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부진 고민깊은 친문, 윤석열 돌풍 부담되는 야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9 17:52

수정 2021.03.11 17:31

셈법 복잡해진 대권 가도
친문진영 ‘제3 후보’ 선회 가능성
이재명 "尹 구태정치 말길" 견제
정세균·임종석 등도 등판론 꾸준
국민의힘, 윤석열에 기대 크지만
제1 야당 존재감 흐려질까 걱정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뉴시스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등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레이스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여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보수·중도층 지지를 받는 범야권 후보로서 입지를 확인한 여권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세 확보 경쟁도 불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대표적 '비문'(비문재인) 인사인 이 지사 대신 이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며 진보진영 세 결집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제3의 후보군'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여권의 양강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당 '대표 선수'가 없던 국민의힘은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등장을 반기면서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대신 제3지대 세력화를 모색할 경우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 상실은 물론 당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여야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로 집계된 가운데 이날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 1 의뢰로 실시한 7~8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19.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에서 이재명 지사(23.0%)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계 입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여권에선 총장직 사퇴 직후의 '반짝 효과'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잇단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대권주자들끼리의 물밑 신경전도 점차 수면 위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이날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낙연 전 대표의 마지막 일정인 당무위원회 참석 차 국회를 찾은 이재명 지사도 그동안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비교적 자제했던 것 달리 "구태정치를 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정치를 해주시면 우리 국민들과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은근한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큰 성과를 내셨고 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오셔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 쳐 드리러 일부러 왔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와의 '원팀' 기조를 강조했지만 윤 전 총장의 급부상,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사퇴 등이 두 사람의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경선 승리를 위해 친문 진영에 구애를 보내는 가운데 '반문' 결집에 대항해 친문 진영이 이 대표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인영 통일부장관·김두관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남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으로서 현 정부와의 갈등으로 유례없는 사퇴를 한 만큼 현 지지율은 인기투표 성격이 짙다"면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외 다른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과정을 거치며 당내 대권 지형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들에 맞설 눈에 띄는 야권 잠룡들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일단 범야권 후보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통령 후보마저도 윤 전 총장으로 굳어질 경우 제1야당의 존재감이 급격히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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