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구리에 산소결합해 천연색 360개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1 11:17

수정 2021.03.11 11:17

IBS 이영희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장팀
구리 박막 산화층의 두께 조절해 제어
향후 반도체 소자 제작 등에 활용될 듯
IBS 이영희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장팀이 표면 산화층 두께를 정밀하게 제어해 360가지 이상의 천연색을 만들어냈다. IBS 제공
IBS 이영희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장팀이 표면 산화층 두께를 정밀하게 제어해 360가지 이상의 천연색을 만들어냈다. IBS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구리가 산소와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조절해 36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만들어냈다. 이는 그동안 불가능했던 구리의 산화반응을 제어한 최초의 연구결과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영희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장팀이 구리의 표면 산화층을 조절해 36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넓은 면적의 구리 박막 산화층을 1~2 나노미터(100만분의 1㎜) 두께 수준으로 조절한 연구는 최초다.


실험 결과 균일하게 산화된 구리 표면은 산화층 두께에 따라 선명한 총천연색을 띠었다. 연구진은 "구리와 산화층 사이 경계에서 반사되는 빛이 산화층 두께에 따라 다른 파장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을 국소적으로 산화시키는 산화-식각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산화를 식각 기술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연구진이 성장시킨 단결정 구리 박막은 레이저 열에 영향을 받아 부식된 색을 보이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가공에 의한 투명산화층, p형 반도체 영역 삽입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여러 이미지를 금속 표면에 새길 수 있어 향후 복제 불가한 암호식각, 반도체 소자 제작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리는 붉은 갈색을 띠었다가 산화 시 청록색을 띤다.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구리 합금 동상이 청록색인 이유다. 금속 산화는 현재 과학기술로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숙제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구리의 산화는 규칙성이 없어 방향성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원자 수준으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박막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원자 스퍼터링 에피택시' 장치는 원자 단위로 구리를 층층이 쌓아 기존의 박막 결정성장 장비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0.2㎚ 두께의 극도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 박막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얻은 구리 박막을 이용해 연구진은 구리의 산화 방향을 제어하고, 산화층 두께를 원자층 수준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구리의 산화를 완벽하게 제어해, 학문적·산업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연구진은 "앞으로 구리를 산화시켜 투명한 p형 산화물 반도체로 활용하는 연구와 산화 식각을 통해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반도체 공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영희 단장팀과 부산대 정세영 교수, 성균관대 최우석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해 신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3월 9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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