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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플랫폼 '인증 중고차' 쑥쑥...완성차는 언제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3 10:17

수정 2021.03.13 10:17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까지 가세
수입차 15개 브랜드 활발한 영업
리본카·쏘카 등 플랫폼 업체도 가세
"완성차에도 허용해야" 목소리 커져

[파이낸셜뉴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수입차와 거래 플랫폼,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까지 잇따라 '인증 중고차'에 힘을 싣고 있다. 인증 중고차는 일정 기한이나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를 판매업체가 다시 매입해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차량이다. 시민단체들은 점유율 상한선을 두면서 인증 중고차 형태로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입차, 인증 중고차로 두 마리 토끼 잡기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지난해 판매량 27만대를 돌파한 수입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적극적이다. 신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 매매까지 책임지며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를 포함해 최근에는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브랜드까지 인증 중고차를 선보이며 국내에서는 총 15개의 수입차 브랜드가 인증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BMW코리아는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며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2005년에 도입한 인증 중고차 판매 프로그램 'BMW 프리미엄 셀렉션(BPS)'을 통해 정비 이력 확인·리스·할부 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으로도 전국의 인증 중고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BMW는 무사고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BMW·MINI 중고차를 대상으로 총 72개 항목의 정밀점검을 거친 뒤 매물로 내놓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서대구 서비스센터 및 인증중고차 전시장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서대구 서비스센터 및 인증중고차 전시장

벤츠코리아는 2011년 인증 중고차 사업을 개시한 직후 현재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22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벤츠는 정식 수입 차량 중 무사고 6년 또는 주행거리 15만㎞ 이내 차량을 매입해 198개 항목을 검사한다. 벤츠코리아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2017년 3800대, 2018년 4600대, 2020년 6450대로 빠른 증가세에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10월 대전과 양산에 각각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새로 열면서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11개로 확대했다. 2015년에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아우디는 공인 정비 전문가들이 101가지 성능 점검을 실시하고 꼼꼼한 관리 아래 상품화 과정을 진행한 차량만 고객에게 제공한다. 볼보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반기 부산 지역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 '셀렉트(SELEKT)'를 추가 오픈해 총 4개의 셀렉트 전시장 네트워크를 선보일 계획이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부터 캐피탈사까지 가세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사업이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중고차 거래 플랫폼과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등이 인증 중고차 사업의 판을 키우는 상황이다.

오토플러스의 '리본카'는 온라인상에서 차량 확인부터 계약, 결제 및 배송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중고차 브랜드로 연식 5년 이하,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의 무사고 차량을 엄선해 상품화 과정을 거친 인증 중고차를 선보인다. 구매 후 주행거리에 상관없이 6개월 동안 폭넓은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며, '찾아가는 케어 서비스'를 3년간 엔진오일 세트 교환 1회를 포함해 총 3회에 걸쳐 지원한다.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의 중고차 브랜드 '캐스팅'은 차를 직접 타보고 검증 후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 플랫폼이다. 쏘카로 운행되던 차량의 운영·사고 이력을 분석해 A급 차량을 선별하고, 품질 확인·개선 등을 거쳐 판매한다. 카셰어링 이용료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면 '타보기' 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타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도 인증 중고차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연식 6년 이하, 주행거리 12만㎞ 이내의 무사고 또는 사고 정도가 경미한 차량만 선별해 정가로 판매하며, 6개월/1만㎞ 책임보증을 제공한다. KB차차차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KB캐피탈 인증 중고차는 165가지 항목의 종합 검사와 주행·성능 테스트까지 통과한 차량만을 판매한다. 구매 후 1년/2만Km 이내 차량의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전국 500여 개 KB캐피탈 정비 협력 업체를 통해 연장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완성차도 허용해야" 목소리 커져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중고차 매매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5%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투명성으로 가격산정 및 허위·미끼 매물 등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이로 인해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9일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 연합인 교통연대는 "중고차 시장은 수십년 동안 불신과 피해의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며 대표적인 레몬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중고차 시장 전면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교통연대는 지난 9일 오전 문래공원 광장에서 개방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친절교통봉사대 진덕언대장, 자동차10년타기 이사, 새마을교통봉사 강기자대장, 시민교통협회 김기복대표,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대표, 생활교통시민연대 오선대표
교통연대는 지난 9일 오전 문래공원 광장에서 개방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친절교통봉사대 진덕언대장, 자동차10년타기 이사, 새마을교통봉사 강기자대장, 시민교통협회 김기복대표,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대표, 생활교통시민연대 오선대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해 완성차 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 거래비중의 상한선을 두면서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 간 형평성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간 형평성을 위해서도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아왔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 2019년 2월 종료됐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에 중고차 매매업을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2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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